사람을 돕고 싶은데, 사람을 믿지 못한다. 이런 나는 사회복지를 공부해도 될까?
나는 올해 2학년이 되는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다.
하지만 이 모순된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은 크지만, 그 마음을 온전히 실천하기 위한 믿음이 부족하다.
이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사람을 돕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그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까?
이 고민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정말 사회복지를 공부할 자격이 있을까?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길을 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도 망설여지게 된다. 저 사람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것이 맞는지, 도와주었다가 거절을 당하거나 그 사람이 하는 말로 인해서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너무 많아지면, 그저 핑계일 뿐인지 스스로 의문이 든다.
물론, 어릴 때는 도움이 필요한 아무 사람이나 도와주면 그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는 비 오는 날 길에서 우산을 잃은 사람을 보면, 아무런 생각 없이 우산을 건네주곤 했다. 그때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진다.
이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한 번쯤은 도움을 주려다 상처를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진심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돌아온 건 냉소적인 반응이었거나, 고맙다는 말 없이 당연한 듯 도움을 받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고3 무렵 비가 올 때 가끔 우산을 잊고 못 챙겨 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한 번, 두 번 같이 쓰다 보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항상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했던 적이 있다.
나는 원래 남을 챙겨주는 것을 습관처럼 해왔지만, 상대방의 그런 태도 때문에 점점 내가 만만하게 여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릴 때보다 나쁜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된 걸까? 단순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걸까?
너무 걱정이 많아진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기 위한 핑계를 찾고 있는 걸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내가 도움을 주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어릴 때처럼 무작정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