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Vol.28 감자

by 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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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땅속 깊이 묻혀 있던 감자를 꺼내며
나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손끝에 닿는 흙의 온도는
그날의 주름진 손과 닮아 있었다.

비탈진 밭을 오르내리며
구부정한 허리로 흙을 일구던 모습,
손으로 쓸어내리며 내주던 감자 한 알은
따뜻했지만 말없이 무거웠다.

삶이란 땅에 묻히는 씨앗 같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깊이 묻어야 뿌리가 내려
단단한 열매를 맺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건네받은 삶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오늘 나는 감자를 씻으며
멀어진 그 손길을 느낀다.
흙 내음 속에 담긴 모든 무게를
입속에 넣으며 조용히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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