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항, 우리수산, 용담 도두해안, 선물
< 5. 14. 일 >
마당 가 잣밤나무가 잠잠하다.
한라산은 바짝 다가와 있다.
보기 드문 좋은 날씨, 아들은 오랜 고민을 털어내고 낚시를 선택했다.
일요일의 이른 시간이라 시내로 나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도두항 근처 낚시점에서 지렁이 두 상자를 사 들고 목적지까지 가도 20분.
사수항
백종원이 주인인 연돈볼카츠 앞 너른 주차장을 방파제가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왼편의 중간쯤 계단 아래가 포인트라나.
콧노래를 부르며 미끼를 끼는 녀석의 손놀림이 춤을 춘다.
오늘은 꼭 회를 썰어주겠다며 살림망에 바닷물을 듬뿍 담는다.
휴대폰이 없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오후 6시 30분에 데리러 오란다.
벌써 등이 따갑다.
고기보다 먼저 삶아지게 생긴 날씨다.
아내는 눈에 실핏줄이 터져 눈동자가 빨갛다.
하루에 6시간 이상의 운전으로 무리를 한 탓이다.
중요한 일정은 거의 마쳤으니 가까운 곳으로 쉬엄쉬엄 돌아볼 생각이다.
10시가 훨씬 넘어서 집을 나선다.
아들이 꼭 먹어보라던 딱새우를 아들에게 먹이고 싶단다.
커다란 용치놀래기 한 마리, 등에 점이 박힌 짱뚱어처럼 생긴 배 내밀고 떠 있는 몇 마리.
나름 손맛은 보았는지 어차피 먹어야 할 점심이라며 순순히 따라나선다.
새로 미끼를 갈아놓은 낚시에 대물이 물려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우리수산(제주시 동문로 2길 10)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동문시장.
아들이 먹고 반했다는 딱새우를 산 집이 우리가 자주 들리는 바로 그 집이란다.
회를 사서 2층으로 올라오면 기본 상차림이 있다는 아주머니의 말을 먼저 듣는다.
다른 메뉴를 시키면서 기본 상차림은 필요 없다고 하면 1인에 3,000원 절약이다.
4지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갈치가 통째로 들어간 갈치조림 대자가 커다란 냄비에 펄펄 끓여져 가득 나온다.
딱새우회 두 접시와 함께 깔끔하게 비웠다.
어떻게 다 먹느냐며 뒤로 넘어지던 사람들이, 어디로 그 많은 음식을 다 집어넣었나.
참 신기하다.
아들은 다시 거사를 치르러 간다.
지금은 홀가분한 혼자이니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지만,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고 가정을 꾸리고 나면 함께 어울리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이른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단다.
용담해변 도두해변
비행기나 배를 타고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공항과 부두에 가까운 이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카페마다 빈자리가 없고 해안 바위 위에는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갈매기처럼 붙어있다.
공항 담과 맞대고 있으니 오르고 내리는 비행기 소리가 크고 자주 들린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는 해안인데, 보말을 잡겠다고 비닐봉지를 들고 나갔던 둘째가 발이 물에 빠졌다며 다리를 절면서 들어와 하는 말.
소라게 들어있는 조개껍데기 말고는 살아있는 것은 구경할 수 없으니 들어가라고 했나보다고.
가벼운 복장으로 들어갔다 무릎이며 발이 다 깨져 나온다는 후기를 보고 웃더니, 저도 같은 사람이 되었다.
해변에 무지개색으로 길게 늘어선 작은 기둥.
그 위에 올려진 석상들.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기념으로 함께 몇 컷.
선물
서귀포에서 걸려 온 전화다.
회와 매운탕이 출발한단다.
고등어와 갈치회는 김에 싸서 먹어야 한다고.
참돔 우럭 광어는 물속에서 직접 잡아 온 것을 본인들이 포만 떴다나.
메로구이에 회덮밥까지 푸짐한 한 상이 되었다.
아들의 볼락은 뒷전으로 밀렸다.
쫄깃하고 깊은 회 맛에 취하고,
잘도 넘어가는 소주에 취하고,
일행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선생님을 챙기는 우리 준홍이, 지권이.
늘 응원해주는 많은 제자들의 넘치는 사랑과 정에 취한다.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요일.
이제부터는 모두 마지막 요일이다.
참 시간 빨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