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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나이

2023.11.09. 목

by 고주

사과 소녀는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사랑합니다.”라며 큰소리로 인사한다.

수업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수학 시간만 기다렸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고 쉽다나.

그럼, 숙제는 해와야지 그것은 또 아니다.

30분쯤 지나면서 눈에 흰자가 많아지더니 무거운 고개가 책상으로 떨어진다.

“쉽다며, 재미있다며” 하면

잠깐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옆 친구, 왈 “눈은 감았어도 귀는 열려있습니다.”

수업한 내용을 물어보면 청산유수다.

그래 이 맛이라도 있어야지.

맑고 고상한 기운

예쁘게도 생겼다.

어제 숙제 잘해 온 민이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알았다는 표시를 한다.

수행평가 방법에 대해 말해주면 수첩에 꼼꼼하게 적는다.

잘 커 주었으면 좋겠다.

강가에 널려있는 많은 돌멩이 중에 흰 산돌이다.

시험 보고 나서 확 깨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아이들 점심은

음식이 들어있는 수레가 교실 앞에 배달된다.

남녀 다섯 명이 깨끗한 흰 모자를 쓰고, 분홍색 앞치마를 입는다.

비닐장갑을 끼고 밥, 국, 반찬을 배식한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차근차근 배식판에 받은 음식을 들고 교실로 들어간다.

당번들까지 배식을 마치면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이 나와서 덜어간다.

처음에는 담임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급식지도를 했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하셔서 회의를 통해 비담임 선생님들로 두 반씩 요일별로 담당 선생님을 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철저하게 교육하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란다.

다른 학교에서는 여전히 담임 선생님 몫으로 남아있단다.

갑자기 학생이 늘어나 식당에서 감당할 수 없는 현실.

하려면 확실하게.

남녀 공학의 장점도 많아 보인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

호기심을 넘어 속마음까지 볼 수 있는 기회.

남녀는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 그것을 배워가는 장면.

확실히 남자아이들이 유순해진다.

여자아이들의 밥도 고봉이다.

숟가락만 빼면 배고파지는데, 매점이 없다고 난리다.

오늘은 소고기뭇국, 고기가 갈빗살처럼 보들보들하다.

순살 코다리 튀김, 무청 나물, 배추겉절이, 한입 한과까지.

깁스한 여학생과 키가 훤칠한 또 다른 여학생.

축구공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패스하는 연습을 한다.

발에서 무릎으로 가슴으로 머리로...

완전 선수다.

운동장에서는 남녀가 섞여 축구 시합을 한다.

바람에 몰려다니는 낙엽처럼 까르르까르르 하늘만큼 높은 웃음소리.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멋진 사나이


첫 차 오는 소리에

이른 잠 깬 금정역 앞 안양천

해뜨기 전 급하게 지나가는

날 보셨는지요?

해지고

겨울로 달리는 찬바람

겉옷 속에 목 깊게 파묻은

한 사나이 보셨는지요?

해뜨기 전에 나가

해지고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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