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퀘스트- 자존감 방어구가
파괴되었습니다

by 호영


현타라는 독 대미지 속에서 ‘진심’이라는 포션 마시기



<무너진 방어구>

나는 이미 전자책 2권을 낸 작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전자책 한 권을 더 냈다.

그동안의 나의 전자책들은 반응이 막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스스로 만족해 왔다.


한 번씩 나의 책을 읽고 위안을 받으셨다며 고맙다고

연락을 해주시는 독자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 낸 전자책 역시 그전 책들과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자존감에 크게 치명타를 입고 ‘현타’라는 독 대미지가 온몸에 퍼지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 게임에서 중요한 스택 중 하나가 ‘재능’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다.


하지만 나는 ‘재능’이라는 스탯을 찍지 못한 채 이 맵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이 그랬다. 나의 ‘재능’을 믿지 못한 채 내놓은 책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전자책은 ‘뉴비의 패기’로 버텼다면

지금은 독자들이 내게 보낸 냉정한 전투 리포트에 제대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서버 운영자’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내 월드의 가치를 무가치하다 판단을 하고 있다 여겨지니

나의 가치도 무가치하다 여겨져서 ‘불안’이라는 렉(Lag)이 걸려버렸다.


화면 속 캐릭터는 멈춰 서 있고, 뒤에서는 무관심이라는 몬스터가 다가온다.

이대로 ‘응답 없음’이라는 상태가 계속되면 로그아웃이 되어버릴 수 있다.


시급한 상황이다. 일단, ‘렉(Lag)’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렉(Lag)에서 벗어나는 법>

1. 최소 사양으로 구동하기(Low-spec Mode)

지금의 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사양보다 더 높은 고사양 프로그램으로

돌리려고 하다가 시스템 과부하가 왔다.

나의 현재 사양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지금은 최소화시켜야 한다.

2. ‘더미 데이터(Dummy Date)’ 쏟아내기

렉이 심할 때는 일단 아무 키나 막 눌러서 버피를 지워야 한다.

일기장에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안의 단어들을 배설하듯 쏟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안전 모드’로 재접속하기

‘나는 글을 못 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 이미 안전 모드에 들어온 것이다.

일단 안전 모드인 상태에서 나에게 필요한 사양을 높여야 한다.


<긴급 물약 처방하기>

지금 ‘현타’라는 독 대미지에 타격을 받은 나의 자존감 수치에 물약을 처방해야 한다.


내가 처방한 물약은 ‘초심’이다.

내가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내가 쓴 글이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이걸로 돈을 번다거나 인정을 받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의 기본 글쓰기 프로그래밍(철학)을 유지하며

현재 나에게 부족한 스킬을 습득하여 가기로 한다.


이것이 현재 자존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렉(Lag)에 걸려 게임에 로그아웃 되거나 리셋하지 않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자

‘패시브 스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