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퀘스트 : ‘솔로 플레잉’
생존 스탯 마스터

by 호영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가장 가혹한 퀘스트는
나를 보호해 주던 성벽(가족) 밖으로 밀려나
아무런 무기도 없이 광야에 홀로 서게 될 때 시작된다.


갑자기 화면 우측 하단에 알림 창이 뜬다.

*주의 : 모든 파티원이 이탈했습니다. 지금부터 솔로 플레이 모드로 전환됩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이라는 힐러와 탱거가 사라진 자리에는 차가운 정적만이 감돈다.

아무래도 직전에 새로운 아이템을 재련하기 위해서

내면 아이를 불러내어 어릴 적 상처를 건드려서 일어난 결과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미션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내 안의 결핍을 채워야만 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의 어린 나를 만나 계속 대화를 해야만 결핍을 채울 수 있었다.

내면의 어린 나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갔고

나는 더 이상 에너지를 뺏길 수 없어 파티원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파티원 구성이 나에게 계속 ‘디버프’를 걸어왔었다.

나는 파티에서 딜러도 탱커도 아니었다.


나는 내 체력을 갈아 타인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무한 동력 배터리’였다.


더 이상 파티원과 함께 하게 되면 나의 생존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파티에서 탈퇴하여 오롯이 나를 위해 에너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나의 동력은 외부 전원이었다.

누군가의 칭찬이라는 ‘버프’를 받아야 칼을 휘둘렀고,

누군가의 인정이라는 ‘포션’을 마셔야 겨우 다음 스테이지로 발을 뗐다.


하지만 이제 안다. 타인의 반응에 의존해 온 스탯은 이 광야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솔로 플레잉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돌아가는 ‘내장 배터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감정에 일희일비하며 낭비했던 MP를 거두어 오롯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스탯에 투자하기로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충전이 가능한 ‘내장 배터리 충전법(Self – Charging)’ 을 습득했다.


<내장 배터리 충전법>

1단계. 에너지 유실 차단: ‘백 그라운드 앱’ 종료하기

- 남의 기분 살피기 종료: ‘그 사람이 나를 좋지 않게 보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일으킨다. 그건 그들의 퀘스트이지 나의 퀘스트가 아니다.

- 불필요한 로그 삭제하기: ‘내가 그때 참았어야 했나?’ 같은 과거의 후회 로그를

삭제하여 시스템 메모리를 확보한다.

2단계. 스킬 습득: ‘자가 버프(Self – Buff) 소확행 MP 회복술’

남이 걸어주는 ‘인정’ 버프가 끊겼다면 이제 직접 자신에게 액티브 스킬을 시전해야 한다.

- MP Regen 루틴: 단 10분의 명상. 좋아하는 음악 감상은

소량의 MP를 지속적으로 회복시키는 ‘패시브 스킬’이 된다.

- 아이템 파밍: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사소한 물건(맛있는 커피, 예쁜 소품) 들을

‘회복 아이템’으로 등록하고 필요할 때마다 즉시 사용한다.

3단계. 보안 강화: ‘감정 방화벽(Firewall)’ 구축

애써 채운 내장 배터리가 외부 공격으로 순식간에 방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침입 차단 시스템 : 가족의 무리한 요구나 감정 쓰레기 투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연결 거부’ 메시지를 띄우는 방화벽을 세운다.

- 독립 서버 운영 : 나의 행복과 가치를 타인의 서버(가족의 기대)에 저장하지 말고,

오직 ‘나’라는 로컬 서버에만 저장한다. 그래야 외부 서버가 터져도 나는 안전하다.


그동안 나는 파티원들의 MP를 채우느라 늘 ‘MP 고갈’ 상태였다.

하지만 파티원들이 이탈하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

내 캐릭터 안에는 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자가발전 코어’가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설적인 아이템은 파티플레이가 아닌,
고독한 솔로 플레이의 끝에서 발견되곤 한다.
이전 10화돌발 퀘스트- 자존감 방어구가 파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