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사서 한다.

외로운 시간에 내가 하는 것들.

by 호영

외롭지 말자 하지만 외롭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만 외롭다.

스스로 외로울 시간을 또 찾는다.


자꾸만 외로운 시간을 자처해서 좀 곤란하다.


혼자서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걷는다. 아니면 달린다.

걷고 달리는 동안 내 안에 복잡했던 것도

날아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길을 다니면서 내 눈에 예쁜 것이

보이면 무작정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다.

찍는 것도 별 것 없다.

담장 위 까만 고양이,

버스 정류장 옆에 피어 있는 작은 민들레,

나비,

노을 진 하늘 아래 까르르 웃으며

하교하는 여고생들,

예쁜 케이크.

그냥 내 눈에 예쁜 것들을 나의

핸드폰 갤러리 안에 무작정 담아낸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자기 전에 보면 하루를

예쁘게 보낸 것 같은 마음에 뿌듯해진다.


책도 읽어본다.

내가 책을 읽는 기준은 베스트셀러나,

다른 사람이 추천한 책이 아니다.

그냥 그날 제목을 보고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들고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에게 와닿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

책의 제목과 책 안에 밑줄 친 내용들을 살펴보면,

현재 나의 마음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글을 쓴다.

이때 쓰는 글은 일기, 독서 기록 등.

아무것이나 막 쓴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 정리를 하면

내 머릿속은 정리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인가 배운다.

돈이 없을 때는 무료 특강 강의를 찾아다니거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서 요리를

따라 하기도 한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는 것에 스스로 감탄한다.


그냥 멍하게도 있어본다.

멍하게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차 소리를 듣고, 새소리도 듣는다.

사람 구경도 하고, 그저 눈감고 있을 때도 있다.

나뭇잎 흔들리는 것, 하늘에 구름 지나가는 것

그냥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다.


그러고 나면 괜히 나 혼자가 아닌

내가 이 세상에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나도 이 세상에 일부가 된 느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느끼는 것은 항상 같다.

나 오늘 부지런히 잘 살았구나.

정말 충만하게 살았구나.


그냥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보냈으면 못 느꼈을 충만함을

내가 나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자꾸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외로움을 사서 하게 되고,

자꾸 내가 세상을 따돌린다.


그래서 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