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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저지예술마을

by 순쌤


카스트로 헤르츠~Poblacion de Campos 28km

오늘 길은 도로 옆길로 완전 평지를 걷는다.

많은 이들은 ‘Fromista’에서 머무나 숙소가 션치 않아 약 4km 더 걷는다. 거기 괜찮다는 알베르게 예약,

알베르게는 약 16개의 방, 2층으로 되어있다. 각자 독립구조. 우리는 2층에 양쪽으로 얻다. 추워서 머리는 감지 않는다. 몸살감기 같다. 예상 못한 부분. 다리, 무릎만 아플 줄 알고 약도 잘 안 챙겼다.


식사를 레스토랑에서 8명이 한다. 10유로인데 굿. 보리로 만든 리조또,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그리고 토마토 샐러드, 닭과 감자, 와인 한 잔에다 요구르트까지.

셋이 한국인이고 다섯이 각기 다른 나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주류인 한국어로 수다를 떤다. 네덜란드 여자분은 혼자 ‘루르’? 로부터 걸어왔다고 하는데 '루르~’라는 곳은 프랑스 어디인 것 같다. 시작할 때 너무 좋았는데 '생장'에서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난 까미노 위에 사람이 대충 있어 외롭지 않고 무섭지 않아 좋았는데.

가본 곳 중에 가장 좋은 곳이 네팔 안나푸르나트래킹이란다. 난 몽블랑 트래킹!

산 좋아하고 와인 좋아하고 걷기, 여행 좋아하는 게 서로 통해서 반가워하다. 우리는 죽이 잘 맞는 것 같으나 거기까지.

내일은 16km만 걸으면 된다. 푸욱 쉬자.


13코스 용수 포구~저지예술 정보화마을 15.9km

제주는 10월 중순까지 24도~25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은 흰구름이 뭉게뭉게 낀 날, 하여 가끔씩 해를 품을 때는 분위기 있는 맑은 날이 되고, 해가 구름을 벗어날 때는 우리가 온전히 그 해를 감당해야 하는 날. 해에게나 구름에게나 뭐 큰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단 제주의 10월에게 좀 징징대는 소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숲으로 들어가면 바람이 살랑거려 한 푼의 징징거림도 없이 얼마나 행복한지. 길은 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파랑과 주황색 띠로 만들어진 올레 표지가 '여기야' 라며 길 안내를 충실히 해주고 있다. 고마운 길잡이 동무이다.


오늘 용수저수지는 하늘과 어울려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온다. 앉아서 물이라도 마시면서 감상하면 좋으련, 땡볕은 의자 위에 앉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그냥 사진만 찍고 달린다. 고목숲길, 고사리숲길을 지난다. 좁은 오솔길이다.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돌의자가 놓여 있는 쉼터가 나온다. 바나나와 두유를 먹으며 쉬다. 꿀맛, 충전 완료.

첫 간식을 먹고 나면 가방이 가벼워진다. 몸도 다시 처음과 같이 가벼워진다. 이게 무슨 루틴 같다. 낙천마을, 아홉굿의자, 뭐라고 설명이 있었는데 잘 읽지 않고 걷는다. 마을이 예쁘고 별장처럼 고급스러운 집들이 자주 눈에 띈다. 중간 스탬프도 찍고 수많은 의자가 놓여있는 의자 공원에 앉아 커피와 오메기떡으로 점심을 먹다. 9킬로 온 거다.


저지오름만 오르면 된다. 메밀밭이 그렇게 예쁘게 펼쳐져 있다. 예전에 보리밭이었던 곳, 저지오름을 등지고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던 곳, 자꾸 저지오름을 뒤돌아보며 일렁이는 보리를 보았던 곳, 그곳이 오늘은 밀밭으로 되었다. 봄에는 보리밭, 늦여름에는 메밀밭, 제주는 이모작을 한다고 했지.

모두 계단 길, 급한 오르막 길, 저지오름 정상까지 그런 길로 가쁘게 오른다. 그렇게 오르면 보여주는 풍경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망대! 오름이 가지고 있는 그 배경들, 오늘은 종일 한라산 머리가 구름에 덮여있다. 바로 앞에 우도, 성산일출봉, 종달 마을의 푸른 밭, 종달항...


이제 내려가는 숲길, 역시 아름답고 고운 길이다. 조금의 급경사는 있지만 바로 둘레길이 빙 둘러있는, 여기 저지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라는데 평화로운 길이다.

입구에 '아름다운 숲길'로 상 탄 이력이 쓰여있다. 충분히 탈 만하네.


내려오면서 저기 지에스편의점이 있는 것을 확인하다. 거기서 맥주 한 잔 하기 위해 우리는 좀 빨리 걸었던 것이었다! 스탬프 3개 찍고 바로 편의점으로 직진. 맥주 한 캔, 남은 간식인 구운 계란과 함께. 맥주와 구운 계란의 조합을 발견하다! 꿀 꿀 꿀! 오늘 먹은 것 중 제일 꿀! 친구에게 길에게 내 두 다리에게. 이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며 건배! 오늘도 다 이루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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