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할머니의 장례식을 잘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하였다. 아내 할머님이 그전부터 병원에 계셔서 그랬던 것일까?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 삶이 크게 변화된 것을 느끼지 못했고 이전과 같이 평온한 상태였었다. 할머님이 살아 계셨을 때에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몇 번 안 됐고, 또한 이러한 시간이 다가올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시간을 가졌기에 마음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 그래도 사고를 통해서 돌아가시는 것이 아닌, 수명이 다해서 돌아가셨기에 평온하게 가셨고 보낼 수 있었다. 이 또한 복이라고 볼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의 뼈를 담은 용기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집 한구석에 모셔둔다. 그리고 매일 문안인사를 드린다. 한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별로 못 본 것 같아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 다른 집도 이렇게 매일 조상님들에게 문안인사를 드려? "
" 모든 집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많은 집들이 그래. 그래서 여기가 시골 지역이라서 그런 경향이 도시 쪽보다는 강해 "라고 말하였다.
이전글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는 장례를 치르고 나면 갈 사람은 가고, 남아 있는 이승과의 관계를 끊어 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에, 일본은 장례를 치르고 나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삶의 모든 부분에 조상이 돌봐주고 있다고 믿고 있는다. 아내의 경우 15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뼈 일 부분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 평소에 할아버지의 영혼이 본인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물건에는 각각의 신 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장실에는 화장실을 지켜주는 신 이 있고, 그렇기에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야 하고, 침실, 놀이터, 바람, 나무, 등등 모든 것에 있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일본에는 수많은 신 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흔히 800만 신 ( 八百万の神, 야오요로즈노카미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800만 개의 신이 존재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많은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믿는 종교?라고 한다면 신토이다. 신토을 한국적인 표현을 하자면 토속신앙 같은 것이다. 자연과 조상신을 숭배하는 다신교적 종교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한 명이 그 종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누구를 믿고 숭배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국에서 토속신앙을 종교라고 말 안 하는 것처럼, 일본 사람들도 신토을 종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삶의 일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의 70%는 자신을 무종교, 즉 숭배하는 종교가 없다는 일본 정부조사가 있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일본이 서양문물과 문화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일찍 받아들였기 때문에 서양문화가 많이 퍼져 있을 거라고 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약 1% 미만이다. 일본 내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그냥 평일이다. 한국처럼 공휴일이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KFC 먹는다고 했다. 이것 또한 모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강제성도 없고 그냥 젊은 층에서만 챙기는 그런 문화의 일종이다. 일본에서 기독교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젊은 층이 결혼할 때에는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 결혼식은 서양식으로 올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기독교는 먼 이야기이다. 그래서 성당 또는 교회 결혼식 중 상당수는 실제 교회가 아닌, 웨딩업체에서 만든 가짜 교회이다. 주례를 보는 목사 또한 진짜 목사가 아닌 목사 역할을 하는 배우다.
이런 것들의 영향일까? 필자는 종종 아내의 행동들을 보면서 ' 굳이 이렇게까지 한다고? '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특정한 행동이 아닌 지나칠정도의 예절, 배려, 문화 등등 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할까 라는 행동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커피를 다 먹고 남은 플라스틱 병이 있다. 필자는 그런 게 있으면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다. 물론 재활용 쓰레기통이 있으면 그곳에다가 버리겠지만, 없는 상태에서는 차선책이라고 하면서 버린다. 하지만 아내는 재활용 쓰레기통을 발견할 때까지 플라스틱 병을 계속 들고 다니거나 또는 가방에 넣는다. 남들이 모르더라도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신 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게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문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른 것뿐이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3자가 왈가불가할 필요가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