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이 옳기를 바라며

결혼을 결심해보다

by 김혜진



사람들이 결혼하기로 결심하는 계기는 뭘까. 지금 이대로도 너무 좋은데 부담되는 결혼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혼자일 때를 생각해 본다. 내가 무엇을 하든 잔소리란 없다. 즐기는 취미를 맘껏 하고, 사고 싶은 것이든 원하는 운동이든 언제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자임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던 때엔 연애니 뭐니 다 귀찮았던 적도 있다. 그러다 불쑥 찾아온 혼자라는 외로움에 부딪혔고,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내 남자를 찾아헤매다 포기하다, 포기하다 다시 찾기를 반복하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에 맘이 통하는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둘의 결혼을 생각한다. 미래라 일컫는 상황을 그려보고 있다.



결혼의 성립까지 거쳐야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도 생각해 본다. 사귐의 기간은 적절한지부터 정말로 이 사람이면 최종 합격인 건가. 혹여 이보다 더 멋지고 근사한 내 남자가 결혼 후에 내 앞에 나타나면 어쩌나. 알고 보니 결혼 후 돌변하는 캐릭터는 아닐까. 만일을 대비한 만약의 경우 수를 몇 가지 더 간추려보았고, 오래 걸리지 않아 문제 될 소지는 전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자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넘어가자. 어떻게 살까의 문제다.



결혼을 한다는 건 함께 한 집에서 산다는 의미다. 집을 구해야 한다. 집을 알아봐야 하는 거구나, 싶다. 그렇다면 둘의 자산을 모아야 할 테고, 살 곳 위치도 둘의 직장을 고려해서 출퇴근 시간과 주변 환경을 둘러봐야 한다. 최대한 부모님의 원조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 알겠다, 좋다.



부모님 하니 생각난 그 이름. 시댁과 처가다. 몹시 어색한 그 이름이지만 익숙해져야 하는 명사 중의 명사다.



결혼으로 가는, 가장 높다란 통과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말하자면, 각자의 집에 결혼하고픈 사람 있음을 알리고 소개를 한 뒤 최종 승낙이 있어야 한다. 결혼 허가증 티켓을 받아야 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법적 부부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녹록지만은 않구나, 하고 절실히 실감한다. 아직은 그저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인데도 벅차다.



그렇다. 난 지금 프러포즈를 받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 같이 살자! 하고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골똘히 생각 중이다. 그것도 꽤나 깊이 세밀하게 내 결혼의 과정을 둘 셋 넷... 계속해 상상해 보고 있다. 사람들의 결혼 결심 계기를 궁금해하다 보니, 나는 어떠한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만난 지 이제 겨우 6개월여 지나가지만 이미 결심을 했다. 나의 상황이 이끄는대로 생각하고 맘을 먹었다.



이 남자면 되었다. 이 남자만이 유일하다. 이 남자와 살련다. 구청에서 도장을 찍고 가족관계증명서에 배우자라는 이름을 떳떳하게 올리련다. 그렇다. 난 이 사람과 결혼을 해보자는 마음의 결정을 모두 내렸지 말이다. ENFJ - 신중하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타입이라더니 맞긴 맞나 보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솔직히 서른 여덟이라는 내 나이가 염려스럽지만, 그 외엔 걱정거리 전무하다. 나이도 사실 난 괜찮은데, 사회적인 시선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뿐이다. 그렇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 지 모르겠으나 아주 자신만만하다. 다만 이 순서가 어서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아차차. 남자친구에게 우선 우리의 결혼 얘기부터 해야 한다. 그게 더 먼저다. 자꾸 잊고 만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얘기를 꺼낸담. 그래도 프러포즈는 남자가 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내가 뺏는 건 아니 될 말이다.



자연스러움이 좋다. 최대한의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자. 자연스러워야 자연스러운 건데 어떻게 그 자연스러움을 만든다는 거지. 그냥 말하자, 싶다. 그게 제일 나답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주 산책하는 우리 집 옆 동네에서 오늘도 우린 걷고 있다. 걷다가 말을 걸었다.





"자기야. 여기 동네 관공서도 많고 조용하니 살기 좋은 것 같지 않아? 우리도 이런 데서 살까?"


"그러니깐. 이 동네 좋은 거 같아. 회사도 가깝고."


"그치. 나도 그런 거 같더라. 나중에 우리 집은 이쪽으로 찾아봐야겠어."


"...... 결혼해서?"


"어. 당연하지. 결혼 전에 살라고? 결혼하고 살자 우리."


".... 그래야지. 주거지로 여기 동내 여기 좋은 것 같다."


"결혼 일자를 뽑아봐야겠어. 집 전세가도 알아봐야 하고."


"..... 비싸겠지."


"뭐 찬찬히 알아보면 되지 그건. 언제 하나 우리? 결혼 날짜가 있어야 하는데..."






조만간 시골에 갈 일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자 대답했고, 드디어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뵐 듯하다. 와우, 이렇게 스피드 있게 이야기가 되어갈 줄은 몰랐다. 시골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사실 내 가슴은 쿵쾅거렸다. 몹시 떨리고 긴장이 된다.



다음 달 즘 가보자 하기에, 알겠다 대답은 했지만 디데이가 다가올 당일까지도 초조함은 계속될 듯하다. 숨쉬기 연습이라도 하면서 조신함을 보여야 하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활기찬 모습이어도 괜찮으려나. 묻는 말씀에 그대로 사실대로 다 말하면 되는 거겠지?



좋아하는 아니, 결혼을 생각하게 한 사랑하는 내 남자의 부모님이기에 최대한 예의 있게 그리고 침착하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진중하게 생각의 생각을 해본다.



그건 그렇고. 허니문은 어디로 갈지 아직 못 정했다. 유럽이나 몰디브가 좋으려나. 아니면 하와이는 어떠려나? 그래! 하와이! 맘에 쏙 든다. 결혼은 아직 결정 난 게 아니지만, 나의 신혼여행지 만큼은 냉큼 결정이지 말이다.




Aloha Hawaii!
내 남자와 갈 터이니
우리 곧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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