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대화법

공통점과 다름의 차이

by 김혜진




소개팅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혹은 상대방에게 관심표현을 하는 대화법이 있다 한다. 일명 사랑에 빠지는 대화법이다.



소개팅을 앞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 가는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닌 지금이지만, 궁금해졌다. 무슨 주제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궁금해져서 눈여겨 찬찬히 읽어 보았다. 40가지가 넘는다.



시작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부터이다. 그런 뒤에 싫어하는 음식,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고기파인지 해산물파 인지를 묻고, 커피 좋아하는지, 제일 좋아하는 커피메뉴는 무엇인지도 묻는다. 덧붙여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지도 알아본다.



최근 다녀온 여행은 어디인지, 여행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무엇인지도 들어본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도 묻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묻는다. 가장 인상 깊던 여행지 한 곳은 어디인지,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지 같이 가는 여행을 즐기는지도 관심 깊게 물어봐야 한다. 지금 여기 이곳은, 사랑에 빠지는 대화를 하는 중이다.



스타일을 칭찬하며 좋아하는 이성 옷 스타일도 물으며 복장점검도 한다. 시계, 반지, 액세서리를 좋아하는지. 머릿결과 피부 칭찬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여름이 좋은지 겨울이 좋은지, 산이 좋은지 바다가 좋은지, 강아지가 좋은지 고양이가 더 좋은 지도 묻는다.



운동 좋아하는지. 최근에 본 영화와 주량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 혼술 좋아하는지, 즐겨 마시는 술종류가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즐겨 듣는 음악과 연예인을 묻고, MBTI가 무엇인지도 반드시 이야기한다.







첫날, 처음 만나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싶지만 대화스킬이 없거나 혹은 이어갈 주제가 떨어질 땐 더없이 좋은 대화 꺼리라고 한다. 어느 정도는 인정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어땠는가 그리고 상대는 나에게 어떻게 했는가 하나 둘 기억을 떠올려본다.



소개팅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지금. 우리의 첫 만남, 만남초기에 이러한 대화들을 나누었던가? 그리고 그렇게 했기에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걸까? 우린 만나는 동안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던가.



우린 지내다 보니, 공통점이 많아진 것은 맞다. 다만 공통점이 보였기에 이 사람이 좋아졌다기보다는 그 반대로, 공통점이 없는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면모의 나와는 달리 차분하고 신중하고 심사숙고하는 태도가 달랐다. 일명 캐릭터라 일컫는 성격이 달랐고, 그 하나로도 배울 점이 넘쳐났다.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남자와 달리 강아지만 보아도 무서워 식겁하는 여자. 물을 좋아해서 수영도 선수급인 남자와 물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여자.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텐션오름을 즐기는 여자와 술은 정말이지 싫다며 고개를 젓는 남자다.



나이는 또 어떠랴. 여자는 세븐 하면 러키세븐이 바로 생각나는 일곱 살의 연상이고, 김광석이 누구인지 캔디가 누구인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남자는 일곱 살이 적다.



다르고도 다른 이 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졌다. 그러니 사랑에 빠지는 대화법 따위 뭐가 중하겠나.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중에서도 사랑이다. 이 관계라 함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속해 있는 것이 아닌, 그 사이의 것이다. 사랑의 관계는 말하자면, 서로 간에 관련을 맺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똑같음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름 속에서도 둘 사이의 '관련됨'을 알아채는 것이 사랑에 빠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다름을 다름 그대로 인정하자. 그런 다음 진정 좋아한다면 나와 다른 이 사람을 받아들이자. 나의 장점을 이 사람에게 최대한 나눠 주고, 상대의 장점은 모조리 따라 하고 배워보자. 나의 단점을 이 사람에게 내비치지 말고, 상대의 단점은 내가 커버해 주자.



사랑한다 하여 만난 사람들이 다툴 때면 내 일 마냥 무척이나 속상하다. 개개인들의 깊은 속사정까지야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바라보는 마음이 안 좋다.



'이 사람은 나와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 그래서 허구한 날 말다툼을 하게 되고 싸우게 돼. 이해를 못 하겠어, 이해가 안 돼.' 보다는, '이 사람은 나와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 그래서 우린 다투지를 않아.'라는 말로 변해가길 바란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서로의 다름을 포용할 수 있다면 고통과 불행에서 해방되리라 믿는다. 사랑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더없이 행복하면 좋겠다. 물론 나도 그렇다.





"자기야, 자기는 왜 나를 좋아하게 됐어?"


"밝아 보여서 좋더라고. 환해 보이고."


"그렇구나. 이뻐서는 아니었나 보네."


".... 어. 밝아서였어."






거짓은 그 의도가 선의라 하더라도 바로바로 말 못 하는 이 남자는 가끔 솔직한 게 단점이다. 너무 착한 것도 간혹 단점으로 보인다. 그럴 때면 나는 직사각형을 생각한다. 정사각형과 달리, 직사각형은 앞면과 옆면이 다르다. 그뿐이겠는가 윗면과 아랫면도 다른 모양이다. 하물며 사람인데.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내 남자가 혹은 내 여자가 못난 면이 있더라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면서, 귀여운 구석 예쁜 구석 그리고 매력적인 첫 만남 때의 모습까지 찾아보자. 분명 있고말고다. 내가 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저 사랑해야 하는 이유만이 넘치고 넘친다.



사랑에 빠지는 대화법을 보다가 나의 사랑관에 대해 정리해 보니 알겠다. 내가 내 남자를 왜 이렇게나 좋아하는지를 말이다. 사랑에 푹 빠진 진짜 이유는 어쩌면, 나의 주의 깊은 관찰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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