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나는 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강요 일절 없이 원하는 대로, 하고픈대로 (심지어 그것이 고생이라 할지라도) 살아온 말 그대로의 평탄한 삶. 과연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버퍼링 없이 즉각적인 답변도 가능합니다. 지금의 상황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도 이렇다 할 큰 어려움도 없습니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같고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를 것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그대는 이대로 만족스러운가? 오늘이 내일과 변함없길 진정 바라는가? 내일이 오늘과 정말 같을까? 행복하다 답한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건만, 생각할수록 밀려들어오는 답답함이 숨이 막힙니다. 머릿속 안에 탱탱볼이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해 둔 숨쉬기 연습대로 가만 눈을 감은채 호흡을 가다듬어 고루 쉬어봅니다.
책상 위 새하얀 종이 한 장. 백지상태를 잠시 응시한 뒤 커다란 동그라미 두 개를 겹치도록 그립니다. 한쪽에는 좋아하는 것 또 다른 한쪽은 잘하는 것을 적어볼 요량입니다. 떠오르는 것들이 흩날려지지 않도록 빠짐없이 차근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생각해 내는데 장장 삼일 아니 사일이나 걸렸습니다. 그 둘의 교집합에 해당되는 것을 겨우 얻어내고, 다시 한 줄로 요약하는 데는 일주일이나 소요되었지요. 그럼에도 이게 정말 맞나? 누군가에게 선보이는 것도 아닌데 혹시나 가식적으로 답한 것은 없었나 하며 스스로에게 되묻길 대여섯 번 솔직하게 자문도 해봅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길 원하는가. 내가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은 어떻게 해야 모을 수 있는가.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끔찍이도 사랑받는 한 남자의 와이프이고 그 어느 무엇보다도 귀한 한 아이의 엄마인 나. 그런 내가 외롭다 느끼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오는 불안전함인지 그 시작점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의문과 질문을 해가며 결국 나는 나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0. 펜과 종이 한 장을 준비한다.
1.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적는다.
2. 둘의 교집합은 가운데에 적는다.
3. 가운데에 놓인 키워드를 나열한다.
4. 그중 키워드 3개를 골라낸다.
5.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
그렇게 찾아낸 나만의 키워드는 책, 쓰기, 이야기 들려주기였고 요약된 한 줄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뜻밖의 간추림 문장을 보고 의아해서 설마? 내가? 무슨... 하며 직접 써 내려간 나를 나타내는 그 한 줄을 뚫어지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참을 보던 끝에 휴대하는 노트에 옮겨 적고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지요.
그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적어본 것뿐인데, 그로부터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상하리만큼 후련함이 느껴지더군요. 자신감. 당당함. 벅참. 그리고 기쁨까지 내가 나로서 균형을 이뤄가려는 욕구가 드디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진정 사랑하고 싶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였고 그리고 이제는 찾아낸 그 길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진정 알고 싶을 때,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명확히 알아내고 싶다면 한번 해 보세요. 그저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