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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May 29. 2024

글 그리고 쓰기





어느덧 브런치에 연재라는 기능도 활용하며 글을 쓰고 있음에 가끔은 스스로가 놀랍습니다. 글의 재주는 고사하고 무언가 끄적거리며 쓰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에 나름 기분이 좋습니다. 독자님 혹은 작가님들의 좋아요 클릭 그리고 간혹 있는 댓글에 가슴 떨리며 신이 나지 말입니다. 



말의 부호라는 글을 타이핑하다 보면 머릿속에 드는 생각보다도 먼저 손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무어라 사사삭 썼다가도 쓰윽 한 번에 모두 지우기도 십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맛을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는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만나고도 싶어 집니다. 바라고 원하는 것이 차츰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나를 알아가는 연습의 일환으로 시작한 글쓰기의 첫 단추는 블로그였습니다. 초록의 대명사인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된 밥집, 맛집 리뷰가 그 시작점입니다. 의뢰를 받은 것도 아닌 그저 글쓰기가 하고 싶어 쓰기 시작한 식당의 리뷰였지요. 미슐랭 매거진에 게재되는 것도 아닌, 그저 캐리커처를 그리듯 빠른 손놀림으로 가 본 식당의 이모저모를 알려주고 싶다며 말 그대로 내돈내산의 리뷰를 이삼일에 걸쳐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지 말입니다. 맛집에서 카페로 카페에서 물품까지 경험을 적어보았습니다.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하루 하나의 글을 써보자 싶었고, 그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샌가 기록의 맛도 살짝 알게 되었지요. 다만 맛집투어 그리고 단순 기록에서 그치는 리뷰 목적의 글은 처음 시작으로는 흥미롭지만 계속 이어갈 만한 '글쓰기'의 에너지원은 되지 못함을 알아차렸네요. 뜬금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도 있고 귀차니즘도 예사롭지 않게 자주 드나듭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매일같이 쓴다는 것 결코 만만치가 않더군요. 그런데도 무언가 쓰고 싶은 마음은 꺼지지가 않았고,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에 을지로를 찾았습니다. 



한참 아래의 나이지만 말벗 친구로 지내는 지인 둘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살아온 지난날을 얘기하며 지금의 고민을 털어놓자 돌아온 대답, 그 이야기를 쓰세요!..... 내 이야기를? 쓰라고? 하며 대여섯 개의 물음표가 오뚝이 인형이 되어 멈출 줄을 모르고 빙글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꾸준한 쓰기 습관은 블로그 글쓰기로 다져졌음을 알아챘기에, 더 이상의 맛집 리뷰는 끝내기로 했습니다. 지금 상황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읽는 책들의 리뷰를 계속해 이어갔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 마음의 준비가 여간 매듭지어지지 않을 때는 역시 책만 한 게 없더군요. 도서관 책이든 서점 책이든 책장에 먼지 쌓여 있는 책이든 흥미 유발하는 타이틀이 눈에 띄면 손에 잡히는 대로 장르불문 계속해 읽었습니다. 매일 맡던 공기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릴 즈음 계절이 바뀌었음을 체감했습니다. 



찬 기운이 맴돌던 을지로 만남 이후 세 달 여가 지나갑니다. 준비를 위한 워밍업은 언제까지고 생각 속에서 맴돌기 마련인지라, 시작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버나드 쇼의 말처럼 '올바른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만드십시오'를 실천하고 싶었지 말입니다. 마음의 준비는 시간이 흐른다고 여무는 것이 아닌 찰나의 판단입니다. 



<연애하기 좋은 나이> 총 37편의 에세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나이 마흔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덤덤히 이야기하다 보니 읽는 이의 마음까지 헤아리게 되었고요. 그 뒤로 <아들 관찰 기록>을 일지 형태로 써보게 되었고 단순화하며 쓰는 글의 묘미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점가에 무수히 나와있는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책도 호기심에 읽어 본 적 있습니다. 계속해 써라, 매일 써라 하는 통일된 요약이 흥미로웠습니다. 초보 중에 생초 보이지만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쓰면 쓸수록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게 됨에 더욱이 글에 대한 흥미가 늘어만 갑니다.  



한 줄도 못쓰겠던 지난 시절이었지만 매일 쓰려하다 보니 쓸 기회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글을 쓰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다, 싶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 습관을 들이는 것. 쓰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였지 말입니다.   



(쓰고 싶지만, 주저하며 망설이는 분들에게 즐겁고도 습관처럼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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