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영행열전 편]
아첨과 운으로 얻은 성공의 결말
사기열전에는 영행열전이라는 글 있습니다. 영행(佞幸)이라는 말은 우리말에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어로는 아첨을 통해 얻은 총애 또는 아첨쟁이라는 뜻입니다. 力田不如逢年善仕不如遇合, “열심히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좋은 해를 맞는 것보다는 못하고, 열심히 벼슬을 하는 것보다 우연히 뜻에 맞추는 것보다 못하다” 말로 사마천은 이 영행열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실력이 있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이 아니며, 운과 아첨으로 성공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많아 보입니다.
등통은 촉군 남안(현재 사천성 러산시) 사람입니다. 배의 노를 잘 젓는 사람으로 지금의 선주인 황두랑이 되었습니다. 황제가 꿈속에서 하늘에 오르려 하는 데, 황두랑이 뒤에서 밀어주어 오를 수 있었고 그의 옷 뒤가 튀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잠을 깬 황제는 황두랑 들을 잘 찾아보다가 등통의 옷 등부분이 터져 있는 것이 꿈과 같아 매우 기뻐하며, 그를 총애하기 시작했습니다.
등통이 가진 문제는 그가 어떠한 재능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몸을 조심하면서 황제의 비유를 맞추는 것이 뿐이었습니다. 황제가 한 날은 관상을 보는 이에게 등통의 관상을 보라고 하자, 말년에 가난해서 굶어 죽을 상이라고 했습니다. 황제는 어떻게 황제가 총애하는 자가 가난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하며 어이없어했습니다. 황제는 등통에게 구리 광산을 내어주고 마음대로 돈을 만들어 쓰도록 하였으니 등통은 거대한 부자가 되었습니다.
황제는 종기를 앓았는데, 등통은 그 종기를 입으로 빨아내곤 했습니다. 황제가 등통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자, 능통은 태자라고 답했습니다. 황제는 태자가 문병을 오자 태자에게 종기를 빨도록 하였은데, 태자를 이를 거부하지 못했고, 등통에 대한 원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황제가 죽고, 태자가 경제로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등통은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등통이 돈을 만들어 나라 밖으로 옮기는 불법을 행한다고 고발이 있었습니다. 조사결과 그것은 사실임이 드러났고 등통은 모든 재산을 빼앗겼습니다. 경제의 누나인 장공주가 등통을 불쌍히 여기 재물을 주면 관리들이 모두 압수해 가는 바람에 장공주는 빌려주는 방식으로 등통이 먹고살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등통은 자신의 재산이 하나도 없다가 죽게 되었습니다.
이연년은 중산(현재 하북성 평산현) 사람입니다. 가족 모두 노래와 춤을 직업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연년은 죄를 지어 궁형을 받아 황제의 사냥개를 관리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연년의 여동생이 춤을 잘 춘다는 소문이 있어, 황제가 그녀를 만나고 기뻐했으며, 이로 인해 이연년도 총애를 받게 되었습니다.
황제는 제사를 지낼 때 이에 맞는 음악을 원했는데, 이연년은 거기에 맞는 악시를 만들어 연주하기도 하였고, 그의 누이동생도 사내아이를 낳게 되자, 이연년에 대한 총애도 더욱 커져갔습니다. 이연년은 높은 신분이 되어 점점 궁녀들과 사통하고 교만하게 되었습니다. 누이동생이 죽게 되자 황제의 총애도 식고, 이연년과 형제들은 잡혀 결국 사형을 당했습니다.
이후에도 외척으로 총애를 받아 신분이 높아진 이들로는 위청과 곽거병이 있었으나, 이들은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거나 더 높은 신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자하는 춘추시대 위나라 영공의 총애를 받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외모적으로 뛰어났으며 이로 인해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복숭아를 먹던 미자하는 한입을 베어 물고는 너무 맛있어 이를 그대로 왕에게 가져다주었고, 왕은 이러한 미자하를 기특히 여겼습니다. 또 한 날은 급한 일이 있어 왕의 마차를 가지고 외출을 했으나 왕은 얼마나 급한 일이면 그리 했겠냐며 미자하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미자하가 늙고 세월이 흘러 왕의 총애를 잃게 되자, 왕은 과거의 미자하의 복숭아 사건과 마차 사건을 들춰내어 그의 죄를 물어 결국은 사형에 처했습니다. 동일한 사건도 왕의 총애에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오랜 역사이전에도 미자하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후에 새로운 한나라 시대에도 아첨을 일삼는 사람들은 여전히 미자하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결국 미참 한 결과를 맞게 되었습니다.
運七技三(운칠기삼), 사회생활은 실력보다는 운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사회에서 많이 보게 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이로 인해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로 인해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운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통제의 범위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실력입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기회가 왔을 때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기회는 실력의 여부의 관계없이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노력과 실력에 집중이 필요합니다.
실력이 없이 아첨과 운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권력자의 총애가 사라지는 순간 폭풍우 앞에 아무런 보호벽 없이 외롭게 서있는 약한 존재일 뿐이며, 결과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차라리 그 자리에 있던 것을 후회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는 것도 결국에 자신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