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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08. 2024

시험관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나는 같았을 것 같은데

나름 씩씩하게 남편과 통화를 마친 후, 나는 곧장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아니고, 친구는 임신했어."


나만큼이나 걱정을 많이 했던 언니에게 이러했다는 상황을 말하다 나는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하지만 울고 싶지는 않았다. 속이 상한 건 맞는데 괜찮은 것도 맞으니까. 친구만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로 나에게 큰 타격이 오진 않았으니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난 괜찮아, 우린 받은 시술이 달랐잖아. 나는 확률 낮은 인공수정, 걔는 확률 더 있는 시험관."


물론 시험관이라도 한 번에 성공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쩌면 그걸로 나는 합리화를 시키려고 했던 걸지도. 내가 시험관을 한다고 해서 바로 임신이 성공한다는 장담은 없지만 내 마음을 두둔하기엔 그만큼 확실한 이유가 없었다. 같은 시술을 받았으면 또 몰라도.


인공수정은 최대 15프로, 시험관은 40프로. 성공 확률의 숫자 자체도 다를 뿐만 아니라 인공은 정자를 주입만 해준다면 시험관은 수정을 시킨 배아를 넣어주니 그 차이가 주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아마 나랑 남편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시험관을 권유받았다면 선택권이 없으니 바로 시도를 했었을 것이다.


원인불명의 난임에 결혼기간까지 포함하면 자연배란도, 인공수정도, 시험관도 다 가능하다고 제시를 했기에 시험관은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관문이었다. 그만큼 인공수정에 대해 희박한 희망이 있다고 믿었던 건 나의 착각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괜찮아, 누구든 임신이면 좋은 일이지. 나는 아직 때가 아닌가 봐."


그놈의 때. 언젠가는 생기겠지, 언젠가는 나도 임신을 하겠지, 언젠가는, 언젠가는. 지겹도록 마음에 쌓아둔 언젠가 이루어질 그날을 생각하며 나는 어설프게 웃었다. 그런 날이 진짜 올까. 인공수정은 시간만 버린다고 하던데, 그래서 다들 시험관으로 바꾼다고 하던데. 나도 시험관 하면 임신할 수 있나.


40프로의 확률, 제법 희망적인 숫자라고 볼 수 있지만 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한들 한방에 임신이 된다는 보장도, 여러 번 시도했을 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진짜 다른가, 다르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겠지?


내 머릿속은 시험관을 했다면 겪었을 수도 있던 임신 성공의 상상과 인공수정을 좀 더 시도할까, 하는 고민으로 꽉 찼다. 하지만 어떤 시술을 받던 착상은 나의 몫이기에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착상이 안되면 시험관을 했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았을 테니까.


"됐다, 생각하면 뭐 하나."


이미 일어난 일이고 되돌아봤자 얻는 건 후회와 미련뿐이었다. 마음을 비워내야 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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