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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Dec 10. 2024

일어서겠다는 마음을 먹어!

    장기나 바둑을 두어 본 경험이 있나요? 게임을 하다 보면 옆에서 꼭 훈수 두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들이 얄미운 이유는 준비하고 있던 결정적인 한수를 상대에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훈수를 두는 사람의 눈에는 실제로 양측 플레이어의 수가 모두 보입니다. 막상 플레이어일 때는 실력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도 훈수를 두는 입장이 되면 모든 수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생깁니다. 참 신기하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찰자 입장이 되면 플레이어가 수를 놓는 흐름이 보이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경험은 살면서도 종종 겪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친한 친구의 고민을 들어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친구의 고민을 들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고민을 말하는 친구의 입장이 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관점을 통해 보는 것이죠. 


    만약 친구의 입장에서 고민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친구와 동일한 생각과 감정상태를 느끼며 공감합니다. 결국은 친구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죠. 반대로 제삼자의 관점, 즉 관찰자의 입장으로 고민을 듣는다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친구가 저지른 실수나 생각의 오류, 그 밖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종합적으로 보이는 것이죠. 그러면 좀 더 객관적인 상황파악이 되고,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추론해 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에게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인데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잔소리를 하거나 훈계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타인으로부터 지적받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동일한 감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이죠. 세상에 잔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바둑의 고수는 복기를 통해 자신과 상대의 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실수나 불필요한 수를 줄이고 이보다 효율적인 수는 없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다음 게임에서 동일한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는지 스스로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죠. 이처럼 객관적인 관점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네 인생은 바둑처럼 때와 장소를 정해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죠. 삶은 언제나 우리를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슬픔이나 상실감에 빠져있다면 더 나은 자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두 남자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어느 영화가 생각나네요. 귤 농장에서 몰래 훔쳐 먹다가 주인 할아버지에게 쫓겨 도망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채 포기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 어서!' 그러자 넘어진 주인공이 말합니다. '못 일어나겠어!'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서겠다는 마음을 먹어!' 그러자 곧 주인공은 다시 일어났고,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슬프거나 힘들거나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참 많죠. 그럴 때마다 그것에 함몰되어 있기보다는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을 먹어보세요. 그러면 생각보다 슬프지도, 힘들지도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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