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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o 수오 May 26. 2024

이런 문장이 과연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철학책을 좋아하시나요



   이런 문장이 과연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철학책을 읽을 때 자주 드는 생각이다. 난생처음 보는 단어들이 매 문장마다 등장한다. 한 페이지를 단번에 읽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응?’ 한 문장을 읽고 주춤한다. 다음 문장을 읽어본다. ’엥??’ 그래도 계속 읽어본다. ‘예???’ 이제는 더 이상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잠시 허공을 보고 멍을 때린다. 그리고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간다.


   당장에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는 알 수는 없으나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똘똘 뭉쳐진 덩어리를 발견했음을 확신한다. 그 뭉치는 밀도가 높을수록 깨는 데 많은 힘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렇지만, 깨지기만 하면 엄청난 빅뱅이 발생한다.


   100장에도 500장에도 다 담지 못하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단 한 페이지에, 단 한 문장에, 단 한 단어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철학책, 좋아하시나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시점부터 철학책을 탐독하기 시작했죠. 난해한 글들은 저를 자주 뒷걸음치게 했었죠. 때로는 글 밖으로 완전히 뻥- 튕겨내기도 했죠.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상 속에서 그 글의 의도를 비로소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핀잔 두었던 문장들이 어느 날 불쑥 제게 다가왔어요. 그럼 어라? 하면서 그 글로 다시 찾아갑니다. 당시에는 난해의 홍수 속에서 멀미만 났던 글자들이 시간과 거리를 두고 보니 유레카! 맙소사! 이 작가 미쳤다!!! 호들갑 떨면서 표효하는 저를 보게 되죠. 주접도 그런 주접은 없을 거예요.


   근데 아시죠? 호들갑은 같이 호응을 해주는 상대가 있어야 즐겁잖아요. 같이 숨죽여 살피고, 같이 감탄하고, 같이 격해지고. 그렇다고 관심사가 다른 친구나 가족을 붙잡고 이것 좀 봐봐,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거야? 미친 거 아냐 이 작가?! 라며 공감을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분출을 해야지 마음이 풀릴 거예요. 그래서 책 귀퉁이에 벅찬 감정을 작은 글씨로 담아내거나 또는 감정이 격할 때만 꺼내드는 일기장을 펴고 주절주절 혼자 떠들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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