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는 구조화된 업무를 의미하며, 작업 조직에서 노동의 교환 기준이자 직업적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최근 한국에서는 직무 전문성이 부각되는 노동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직무 기반의 인적자원관리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전략적 변화에 따라 조직 재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연 조직화, 조직의 수평화, 팀제 도입 등의 방식이 자리 잡았고, 특히 수평적 조직은 기존 직무 경계를 허물고 업무 담당자들에게 자율적 권한을 상당히 위임하는 ‘자율관리팀’(self-managing team) 형태로 발전했다.
팀제는 과업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공동 작업에서 창조성과 혁신을 촉진한다. 또한, 종업원 학습 및 훈련 효과를 높이고, 참여도 및 주인의식을 증진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의 개인주의적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팀제의 단점도 경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팀의 하향평준화 가능성, 과도한 집단 지향과 동료 압력 등 팀제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팀 성과와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팀의 규모에 따른 도전 과제
팀의 규모는 크게 대팀제와 소팀제로 나뉜다. 대팀제는 많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광범위한 과업을 수행한다. 반면, 소팀제는 10명쯤 또는 그 이하의 인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구성원 간의 밀접한 상호작용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팀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조직 전체의 시너지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팀 간의 협력이나 조정이 필요할 때, 과도한 소팀의 존재는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지나친 팀 세분화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팀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경우 전체 조직의 목표와 일관되지 않거나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팀별로 목표와 방향성이 달라질 경우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더불어 자신들만의 하위문화와 규범을 형성하게 되면 전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약해져 조직의 일체감과 응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팀제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조직의 규모에 따라 팀 규모를 재설계해야 한다.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따른 부작용
주식회사 카카오(Kakao Corp.)는 대한민국의 주요 IT 기업으로,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전략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하여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카카오톡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8월 기준, 카카오는 국내에 12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이는 SK에 이어 국내 2위의 수준이다. 일부 계열사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증시에 상장되면서 카카오의 확장 전략이 유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카카오의 계열사 상장에 대한 ‘지주회사 할인(모회사 디스카운트)’ 논란과 더불어, 하나의 강력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쉽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2023년에 카카오의 재무 책임자가 법인카드로 1억 원 이상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사건, 임원에 대한 직원의 불신, 계열사 간 갈등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의 팀제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
한때 카카오는 ‘지인 이직 추천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수평적이고 논쟁적인, 그러나 몰입이 있는 조직문화’로 주목받았다. 그 배경에는, ‘공유’와 ‘신충헌(신뢰, 충돌, 헌신)’이라는 행동 수칙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된 사항에는 헌신하는 문화가 있었다. 비현실적인 낭만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기도 했으나, 이러한 조직문화는 국내 여러 스타트업, 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이처럼 매력적인 기업문화로 인재를 유치했던 카카오는 현재 어떤 이유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중심을 잡으려 해도 계열사 대표까지만 영향력이 미치는 상황”이라며, “각 계열사가 마치 외인구단처럼 운영되다 보니 강력한 조직문화가 결여되어 기업 윤리 문제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서론에 언급했던 소팀제의 문제가 여기서 확인된다. 팀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조직 내 수직적 계층구조의 단순화와 수평적 협업 강화를 통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이 팀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팀간 상호작용이 복잡해졌고, 결국 이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응집성의 하락을 초래했다.
카카오의 대규모 조직개편
기존 카카오 조직은 모든 걸 총괄하는 의장과 CEO가 존재하고, 업무와 비즈니스 영역 등에 따라 크게 ‘부문’으로 나뉜다. 그리고 해당 부문이 커짐에 따라 계열사로 분리된다. 경력과 능력에 따라 ‘부문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들이 있고, 부문 아래에 팀이 있으며, 팀 아래에 파트와 셀이 존재한다. 이때 파트와 셀의 구성은 팀장과 부문장이 협의해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조직개편이 거의 1주일 단위로 벌어져 ‘사내 정치’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조직이 커질수록 이러한 팀제는 빠르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방해되었다. 그래서 최근 카카오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선언했다. 기존 ’C레벨-부문장-실장-팀장-파트장-셀장’의 구조를 ‘C레벨-성과 리더-리더’로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하였다. 그리고 사업과 목적별로 파편화된 사업을 통합하는 새로운 조직을 신설했다. 또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논란이 있었던 계열사들을 재정비해 핵심 사업 중심으로 조직 구조를 재편했다. 이러한 개편을 통해 조직 간소화와 핵심역량 강화를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
카카오는 더 이상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다. 명실상부 대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팀의 규모를 고려할 시점이며, 수직적 계층의 문제 못지않게 수평적 부문 간의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때는조직차원에서는대팀제로운영하고직무차원에서는소팀제로운영하는방법을개발하는것이바람직하다.실제로 구글, 3M, 고어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팀제와 소팀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전사적 응집성과 혁신성 및 신속성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구성원의 자율적인 관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소규모 팀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신기술 연구개발(R&D), 신상품 개발, 서비스 및 품질 개선, 기존 핵심역량 재편성, 새로운 사업영역 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에서 구글은 전반적으로 대팀제로 운영되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팀은 보통 2~3명의 소규모 팀을 구성하여 신속하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다. 3M은 자율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대규모 팀을 운영하면서도 각 제품 개발 부서 내에서는 소팀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소팀은 특정 제품이나 기술에 집중하고,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전체 조직의 목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체인 고어는 각 공장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해 혁신성을 촉진하고 있다. 고어는 조직 차원에서는 대팀제를 운영하면서도 각 부서 내에서는 소팀으로 기능하도록 함으로써 조직의 유연성을 증진한다. IT 기업과 마찬가지로 각 팀원들이 자율성과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소규모 팀이 독립적으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개선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대규모 팀제와 소규모 팀제의 균형
카카오는 안정적인 사업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대규모 팀제 조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진입 및 혁신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소규모 팀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조직 구조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를 단순히 수평적 또는 수직적 문화로 양분하기보다는, 더 큰 범주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즉, 카카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의 특성에 따라 위계와 평등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로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다양한 세대와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각 팀이 자율성을 가지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각 팀의 목표가 조직 전체의 비전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카카오는 각 팀이 자신들의 강점을 발휘하면서도 전체 조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합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박하령. (2024).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권석균, 이병철, 양재완. (2022).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인적자원관리(2판). 도서출판 시대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