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라! 4부
이곳에 오면 무언가를 안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팔월 한 여름날이었다. 바위를 안으려는데 참나무 고주박에 자란 능이버섯을 품고 있는 살모사가 가부좌를 틀고 목을 꼿꼿이 세운 채 긴 혀로 매운 한마디를 한다. ‘벗어라!’ 나는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벗고, 웃통을 벗었더니 옆에 있던 노송이 한마디 거든다. ‘겉만 벗으면 되나 속도 벗어야지’, ‘끈질긴 욕망의 사슬도 벗고, 좁디좁은 편견의 겉옷도 벗고’, ‘사람노릇 하느라 부득이 걸쳐 입은 누더기 같은 것들을 모두 벗으라’ 한다. 누구의 몸이 아닌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그때의 몸으로 오라한다. 그러면 안는 것을 허락하겠단다.
평생을 입어온 것들을 벗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많이 쓰고, 많이 먹고, 분주하게 사는지 모른다. 벗으려는 것은 생명의 처음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다. 원시적인 것, 본래의 것은 벗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