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의, 끝.
SF멜로 연재소설《다시, 만나러 갑니다.》
「당신이 먼저 눌러줘….」
「아니, 당신이 먼저 눌러.」
시뻘건 용광로 안. 두 존재는 한때 '인간'이었던. 지금은 사이보그의 육체에 인간이었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인간도 아닌 기계도 아닌 두 존재. 남편과 아내. 서로의 '고통 제어'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 버튼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죽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기계>일 뿐이니까.
「그럼, 우리 서로 동시에 누를까? 스위치….」
「좋아. 어차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사라지는 거야. '하나, 둘, 셋'하면 동시에 누르자... 」
하나, 둘, 셋. 삐----.
고통제어 스위치를 누름과 동시에 두 존재는 저 아래 펄펄 끓는 용광로 안으로 다이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