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일한 희망, 로또.
SF멜로 연재소설 《다시, 만나러 갑니다.》
재민은 느린 걸음으로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
매일같이 똑같은 길,
똑같은 건물,
그리고 똑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통을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를 성실한 직장인으로 보았지만, 재민에게는 그저 매일을 버티기 위한 반복일 뿐이었다. 그가 붙잡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매일 사는 <로또 한 장>이었다.
로또는 재민에게 단순한 도박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한 끈이었다. 아내 수현이 떠나기 전, 그들은 로또에 당첨되면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고 이야기했었다. 그 이야기는 농담처럼 시작됐지만, 그녀가 떠나고 나서 그것은 재민에게 <진짜 목적>이 되었다.
10년 전, 수현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는 뚜렷해졌다. 재민은 그녀와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었지만,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매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녀는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재민의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아직도 재민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우리, 로또에 당첨되면 여행 가자. 그때 가서 모든 걸 잊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야." 수현의 그 밝은 목소리, 그 순간의 웃음이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재생되며 재민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그녀가 떠난 후, 재민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같이 로또를 샀다. 10년이 흘렀지만 단한번도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
오늘도 재민은 아침부터 동네 편의점으로 향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로또 한 장>을 구매하는 일은 그에게 의식처럼 반복되는 행동이었다. 그는 로또 번호를 고르며, "이번엔 반드시 당첨될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불안과 의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말 이 방법으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민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고요한 내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늘 <아내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곤 했다. 놀이공원에서 함께 손을 잡고 걸었던 날, 둘이 웃으며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던 날들, 그리고 그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에도 그에게 미소를 지었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가 떠난 후, 재민의 집은 조용했다. 텅 빈 공간 속에서 그의 마음도 빈껍데기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이 끝나고, 그는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유치원 졸업 앨범>을 발견했다. 어린 수현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을 보며 재민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한번만이라도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그로부터 재민은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개념이 그때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아내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아직도 연구 단계에 있었고,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재민은 모든 자산을 쏟아부어 정보를 모으고, 회사들을 찾아가고, 기술자들과 상담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긴 시간이 필요했고, 그날이 오기까지 재민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면 재민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이 그날일까?" 그는 로또 티켓을 손에 들고 작은 소망을 빌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아내와의 재회를 향한 <간절한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재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로또 당첨이 아니라, 그녀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 그는 모든 것을 걸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널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날까지, 나는 기다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