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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Oct 11. 2024

#3. 로또2등 당첨, 아내를 만나러 갑니다.

SF멜로 연재소설 《다시, 만나러 갑니다.》


매일 저녁, 그것도 1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재민은 1등이 나왔다는 편의점에서 '로또 한 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은 티켓 한 장이 그의 전부였다. 매번 비슷한 숫자들로 가득한 로또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그의 희망은 조금씩 부서져갔다. "이번에도…." 재민은 티켓을 쥐고 한숨을 내쉬곤 했다.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다. 재민이 티켓을 펼치고 화면에 떠오르는 숫자들을 확인했을 때, 그의 눈은 확 커졌다. 손이 떨렸다. “이게... 진짜?” 로또 번호가 일치하고 있었다. 10년 동안 쌓여온 절망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며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로또 2등 당첨이었다.

그는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진짜 당첨된 건가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기계적인 억양으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로또 2에 당첨되셨습니다.> 재민은 주저앉았다. 기쁨보다는, 믿기 힘든 현실이 그를 덮쳤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여전히 무겁고 텅 비어 있었다. 당첨금이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 아내를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기회.


정부의 사망자 기억 보존 법안이 통과된 지 10년. 사망 직전까지의 모든 기억은 자동으로 업로딩 될 수 있었다. 재민은 아내의 기억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제 그 기억을 완벽하게 복구하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불완전한 부분이 많았다.

재민은 긴장된 마음으로 실험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연구소는 첨단 장비들로 가득했고, 곳곳에서 뇌파 신호뉴런 패턴을 분석하는 모니터들이 깜빡였다. 연구 책임자인 박사는 재민에게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사망 직전까지 아내의 기억은 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로딩 되었습니다. 문제는 10년전 기술로 업로딩이 이루어져서 시냅스 연결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억을 저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다시 불러오려면 시냅스의 정확한 맵핑필요합니다. >

재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가 이해한 것은 단순했다.

- 아직 아내를 완전히 되찾을 수 없다는 것.

「그럼, 지금 상태로는...?」 재민이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 아내의 기억은 데이터로 존재하지만, 인공지능 기반 뉴럴 네트워크를 통해 다시 시뮬레이션해도 감정이나 인격이 그대로 복원될 확률은 낮습니다. 뇌 속의 해마(hippocampus)에서 감정과 기억이 엮여 형성된 장기 기억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 그녀는 그저 빈 껍데기가 될 수 있어요. >

그 말에 재민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사이보그의 육체에 아내의 기억을 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복잡한 시냅스 네트워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녀의 <본질적인 자아>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박사가 말했다. <첫 번째는, 마인드 업로딩 디코딩 시스템을 통해 시냅스 패턴을 추적하고, 기억을 복구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엄청납니다.>

「두 번째는...? 」 재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인공지능 보조 시스템을 활용해 기억의 주요 부분을 강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억의 70%만 복원될 수 있습니다. 그중 감정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사라질 수 있고, 개인의 자아가 흐려질 수 있어요.>

재민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아내의 기억이 부분적으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완벽한 복원을 기다려야 할지.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기억이 더 희미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완전한 상태로 돌아오면, 그녀는 더 이상 그 <자신이 사랑했던 수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겠습니다. 완전한 복원을 원합니다.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뉴런 복구 알고리즘인공지능 시냅스 분석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다만, 이 과정은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재민씨가 지불한 금액으로는 수명이 3년짜리인 사이보그밖에 못만듭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쩔수없는 선택입니다. 법적으로 보존 기한이 올해가 마지막이니까요. 정부도 서버를 무한대로 늘리지는 못하는 탓에... >


아내와 사별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그에게 '기다림'은 삶을 '기대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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