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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Oct 12. 2024

학생에게 토요일 저녁에 전화가 왔다.

심장아 나대지 마! 

  

토요일 8시 무렵 전화가 왔다. 우리 반 P군이었다. 우리 반 P군은 나에게 제보 전화를 자주 하는 학생이므로 폰을 보자마자 심장이 덜컥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선생님 6학년 000 선생님 전화번호 있으세요?”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아니고요. 저 월, 수, 금 배드민턴 못 간다고 000 선생님한테 말해야 해요. 아님 저 짤려요.”

“아니, 근데, 너 왜 월, 수, 금 배드민턴 못 가는데?”

“저, 기침 심해져서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요. 일주일 정도 학교 못 가요.”

“아, 선생님이 월요일에 꼭 000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줄게. 걱정하지 마.”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 그랬다. 우리 P군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배드민턴부에서 짤릴까 봐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섭섭하다. 우리 반은 안 짤리는 거니까 선생님은 안 찾은 거니?     


일주일 만에 P군이 돌아왔다. 수학 시간 다른 날과 달리 P군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곱셈 문제를 척척척 풀어내었다. 

“**아?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왜 이렇게 잘해?”

“선생님, 저 집중하면 원래 잘해요.”

옆에 있던 짝지가 슬며시 날 보며 한마디 한다. 

“선생님, 병원에서 **이 머리도 치료한 건가요?”

“쉿,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3교시가 되니 **이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사회 공부는 못 해 먹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짝지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병원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게 확실해요.”

“그래? 선생님은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귀여운 P군,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우리반 덩치 1등, 양보하는 마음 1등, 네가 돌아온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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