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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의 하루 Oct 04. 2023

국제학교  커피모닝, 벙어리 체험

그놈의 영어, 베트남에서도 영어가 문제라니


주재원 와이프의 첫 임무는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잘 적응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엄마도 국제학교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와 일맥상통한다. 모든 인터뷰, 학교 행사 관련 각종 이메일은 물론이고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도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한국에서 줌 인터뷰만 진행했던 학교에 설레는 마음으로 교복을 찾으러 갔다. 두리번거리며 학교 구경을 하며 떨려하는 아이들을 다독거린다.




"너희들 잘할 수 있어!"


사실은 나에게 하는 메시지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의 영어는 첫째 7살, 둘째 4살 때부터 내가 맡아왔었다. 교육열 높은 지역에 살았기에 영어유치원 안 다니는 아이가 몇 명 없었다. 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어에 대한 관심은 항상 높았다. 내가 만약에 아이로 돌아갔다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배웠으면 좋았겠다 싶은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나에게 아이들의 학교 적응은 이런 과정의 결과가 과연 어떨지에 대한 일종의 나만의 테스트이기도 했다. 등교 첫날 스쿨버스에 아이들을 태워보내며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차를 같이 타고 가서 교실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둘 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잘해보지 않았던 영어 글쓰기도 몇 개월의 연습을 거쳐서 아주 잘 해냈다. 역시!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 와서도 학교의 도서관부터 찾아가 보았다. 도서관에 간다고 하면 학교의 출입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마주치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을 보면 학교 분위기 파악에 유용하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부모에게도 10권의 책을 빌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용하는 학부모는 없는 것 같았다. 아이들 학교 적응의 몇 개월 동안 나는 금요일마다 도서관에 가서 사서의 도움을 받아 매주 10권의 영어책을 대여해서 아이들과 같이 읽었다. 한국에서도 초등1학년 적응 기간에 학교가 너무 궁금해서 학교 활동에 많이 참여했었다. 아이들이 적응하는 동안 나도 함께 성장했다.



국제학교는 커피모닝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들을 아침에 초대해서 커피와 함께 학교 설명이나 미팅을 자주 했다. 외국인 학부모들과 한자리에 있을 때는 누가 말시킬까 조마조마했고, 선생님과의 상담도 큰 장애물이자 도전이었다.


                                   베트남 에그커피



듣기 평가 세대인 나는 독해와 문법은 물론 리스닝도 웬만큼 되었지만, 문제는 도저히 입이 잘 안 떨어졌다. 아, 영어는 정말 평생 해야 하는 언어구나. 수능 끝나면 영어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대학생 때는 토익, 토플, 회화에다 아이 낳고는 더더욱 집에서 영어 쓰는 환경 만들기. 아이들 잘하게 만들어주면 되겠지 했는데 이제 내가 말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베트남어가 문제가 아니다. 생존 영어가 문제다."



듣기나 문법공부는 이제 제발 그만하고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 내가 있다. 이왕 이런 거 어차피 해야 되는 거면 잘하자.



그런데, 어떻게?



고민하던 중에 내가 살던 레지던스에서 쿠킹클래스를 한다고 해서 신청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이벤트였다. 가보니 여러 나라에서 온 백인, 흑인, 동양인 등등 외국 사람을 만날 일이 없었던 나에게는 생소한 상황이었다.


그냥 있으면 되겠지. 요리는 보고 따라 하면 되니까.



하지만 참가자들이 요리를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요리 시연을 참관하고 설명을 듣고 먹어보는 시간이었다. 여기서도 영어 리스닝의 시간이 될 줄이야. 설명이 너무 길고 계속 서 있어야 해서 점점 피곤해졌다. 게다가 영어라서 더 피곤했을 수도 있다.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내 옆 자리에 본인도 다리가 아프다며 대만 아주머니가 앉더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본인이 HIWC 회원이고 타이치를 가르치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와보라고 연락처를 주신다.



음, HIWC는 또 뭘까.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Hanoi International Women's Club이다. 이름으로 유추해 보자면 하노이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의 모임. 뭔가 국제적일 것 같은 느낌인데…… 한 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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