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WC 커피모닝에서 시작된 영어교실
타이치는 우리나라로 치면 ‘기공’
아담한 공간에 5-6명이 모여서 대만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움직임을 하고 명상도 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비건 카페에 모여 차와 브런치를 함께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고 친구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해 본 것이었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스파도 같이 가고 또 한국인 미용실도 같이 갔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나는 친해진 캐나다 친구 캐서린, 일본 친구 마사애와 하노이의 큰 호수인 서호를 자전거 타고 달리기도 하고, 바나나 아일랜드나 하노이 브리지를 걸어서 다니기도 했다.
호안끼엠 호수를 함께 산책하고, 걷다가 더우면 성당 앞에서 시원한 코코넛 커피를 마셨다. 프랑스식 크레페 전문점을 가기도 하고, 비건 식재료를 사러 로컬 분위기의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아담한 가게에 같이 갔다. 어느 날은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음을 피해 도심 한복판의 공원을 가기도 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정말 하노이 구석구석을 잘 다녔다. 캣은 예전에 국제학교에서 선생님이었고 남편은 한국인이라서 나의 한국식 영어도 잘 이해해 주었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설명도 잘해주었다.
일본인 마사애는 아이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시간이 자유로웠고 내가 아는 일본인 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었다. 대화가 잘 통하고 우아한 그녀는 와세다 대학교 법대 출신이었고 나중에는 우리 남편과도 친하게 지냈다.
정말 내가 한국인 친구와 있는 건지 외국인 친구와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이 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게다가 영어를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시초가 되어 나는 HIWC에 가입했고, 다양한 친구들과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마종'이었다.
HIWC 커피모닝
마종은 한국어로는 '마작' 맞다. 그 마작. 우리는 도박으로 알고 있는.
타이치 클럽의 친구들이 이번엔 마종클럽을 같이 가자고 한다. 가볼까 말까. 지금까지 알게 된 친구들이 이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으니 한 번 가보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에서 어영부영 시간 보내느니 그냥 가보자.
화요일 오전 10시 반. 장소는 알프레스코.
피자집이라서 점심때 오픈이라 오전에는 우리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 같았다. 대신 차를 한 잔씩 주문하면 된다. 생전 처음 보는 마작 타일들과 더 처음 보는 노랑머리와 파란 눈의 사람들. 떨린다. 마작도 처음인데 또 영어로 설명을 듣고 게다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끝없는 영어 수다의 늪에 빠져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한국인처럼 생긴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것이었다.
아, 난 언제 저렇게 영어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그녀는 호주에서 5년간 지내다가 하노이로 왔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국적도, 인종도, 연령도 천차만별에 예전의 직업도 모두 다른 이 특이한 모임에서, 단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고 남편이 주재원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종 모임은 마종을 하면서 서로 대화하고 커피 마시고 그야말로 사교의 장이었다. 신선했다. 나이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 섞여있고 같은 국적의 사람도 거의 없다. 미국 영어에 익숙한 나는 호주식 영어를 처음 들어보고, 영국 영어, 캐나다 영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영어, 인도 영어, 대만 영어, 홍콩 영어 등등 온갖 국적의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한 사실은, 처음엔 익숙한 미국 영어, 캐나다 영어만 들리다가 나중에는 잘 안 들리던 온갖 국적의 영어가 다 들린다는 것이었다. 우연히 내 친구들을 만나 본 남편은 저런 영어가 다 들리냐며 나를 신기한 듯이 그리고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본인도 영어공부에 더 매진해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한다. 나는 일부러 외국 친구들의 남편들을 만날 기회도 더 만들어서 남편 외국친구 만들어주기 나만의 캠페인도 벌였다.
처음엔 친구들을 만나러 마작 모임에 갔지만 나중엔 마작 자체에도 푹 빠졌다. 초보자들을 항상 환영해 주었고, 승패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여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싱글 리이프를 즐길 것 같은 화려한 외모의 마종 클럽 리더는 아이가 넷이나 되는 열정적인 호주 아줌마였고, 특히나 차가워 보였던 영국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었다. 나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배운 것이었다.
케이트는 허그 부끄러워해.
처음엔 허그하며 뺨을 서로 마주대는 인사법은 정말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허그는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케이트 이제 제대로 인사 잘하네.
이런 자연스러운 인사를 하게 되기까지 더 재미있는 모임이 있었다. 바로 플라잉요가였다. 요가를 좋아하는 나는 플라잉요가도 요가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발걸음 가볍게 등록했다. 그런데, 이렇수가. 완전히 다른 움직이었다. 또 다른 사투가 내 안에서 생겨났다.
마종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