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키우는 부모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1. 먹인다.
아기가 배고파서 운다.
모유수유를 한다.
유축하는 동안 남편이 분유를 먹인다.
트림을 시킨다.
역류방지쿠션에 뉘어 소화시킨다.
2. 놀이와 위생 활동
낮에는 아기 체육관에 눕혀 모빌을 보게 한다.
아기를 엎드리게 해 터미타임 운동을 1분 이내로 시킨다. (1일 1회)
기저귀를 수시로 확인하고 갈아준다.
저녁에 목욕시킨다.
3. 재운다.
놀다가 졸려하면 재운다.
둥기 둥기하며 흔들다가 속싸개에 싸서 크립에 넣는다.
4. 달랜다.
눕혀서 바로 잠드는 일은 거의 없고 어김없이 운다.
실리콘 쪽쪽이를 물린다.
그래도 울면 자체 백색소음인 쉬 쉬 소리를 낸다.
그래도 울면 안아서 달랜다.
심한 울음이 지나가면 속싸개를 단단히 여며 크립에 눕힌다.
5-A. 못 자고 계속 운 경우
지난 수유에서 3시간 정도 지났다면 1로 돌아가 반복
5-B. 운 좋게 누워서 잠든 경우
두세 시간 후 배고파서 깬다.
1로 돌아가 반복
신생아 육아 당시,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던 나와 남편의 일상이다. 이 흐름이 밤낮으로 계속된다. 기계 우는 소리 요란한 공장의 부품이 되어 돌아가는 기분이다. 직원이 아니고 '부품'이다. 퇴근이나 퇴사 같은 건 없다. 우리는 현재 이 돌봄 노동을 위해 존재한다.
매일 정신없이 바쁜데 이토록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루하다. 그래, 정말 그 단어 말고는 표현이 안 된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무료한 나날이다. 코로나 상황이라 신생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나는 하루에 15분 정도 혼자 밖에 나가 아파트 단지를 돌고 오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나마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덥고 답답하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누군가와 만나서 말을 하면 좀 풀릴 텐데. 아기가 처음 나왔을 때의 기쁨과 흥분은 어느새 가라앉았다. 우리는 눈앞에 당면한 과제에만 매달리며, 고단한 일상 속에 허우적댄다.
처음 한 달은 아기가 웃지 않고 반응도 미미하여 더더욱 힘들었다. 돌보는 대상과 감정교류가 없으니, 고된 노동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아기가 보여 주는 확실한 반응은 트림이었다. 먹이고 나서 아기 등을 세워 톡톡 두드리면 "끅" 하고 트림이 나온다. '요 예쁜 건 뭐지, 인형인가?' 아기 트림이 너무 귀여워서 잠깐이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남편과의 상호작용도 점차 줄어들었다. 우리의 대화는 주로 아기에 대한 내용이었고, 아기가 잠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하기 바빴다. 연애 초부터 이제껏 끊임없이 즐겁게 대화하던 우리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래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기를 보러 오는 건가 보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부담감을, 편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잠시나마 잊으라고.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출생의 기쁨을 거듭 상기시키려고. 그 기쁨의 여운으로 오늘도 힘내서 버티라고. 그게 가능했다면 우리의 신생아 육아가 이렇게 감옥 같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안 그래도 쉽지 않았던 신생아 육아가,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극악의 환경을 만들었다.
지루함은 절대 한가함과 동의어가 아니다. 괴롭고 절박할 때도 지루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나는 절박했다. 제발 세 시간 연속으로 잠을 좀 자 봤으면. 자려고 해도 아기가 울어서 푹 잘 수가 없다. 하긴, 아기가 조용할 때도 나는 어차피 통증 때문에 푹 쉬기 힘들다.
몸이 매일 아프다. 수술 부위와 가슴이야 기본 장착 사항이고, 통증이 신체 부위마다 순회공연을 한다. 하루는 갑자기 침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다. 목구멍에 구내염이 생긴 모양이다. 이튿날엔 왼쪽 귀가 종일 먹먹하다. 그다음 날엔 오른쪽 무릎 관절이 쑤시고, 그다음 주엔 손목이 끊어질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
내 팔뚝에 있던 단단한 근육들이 물렁해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종아리 근육들도 마찬가지다. 내 근육 아까워 죽겠다. 출산이 대체 무슨 원리로 이런 변화까지 가져오는 걸까? 내가 쇠약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몸도, 마음도 전부.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이 아기 기저귀를 갈고 요리와 설거지 등 모든 집안일을 담당했다. 출산 전 주에 내가 미역국과 장조림을 한 솥씩 가득 만들어 냉동실에 소분해 놓은 것이 유용했다. 남편이 요리를 꽤 하는 편이라, 한식은 굳이 미리 해 둘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안 해뒀으면 큰일 날 뻔했다.
두 명이 신생아 돌보는 게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건 줄 몰랐다. 남편이 요리할 틈이 안 나서, 밖에서 포장해 와서 먹는 일이 많았다. 요리할 시간에 차라리 한 시간이라도 더 자는 편이 나았다.
아기 출생 3주가 지나자 체력의 한계가 왔다. 비틀비틀 움직이는 좀비 한 쌍이 된 것 같다. 그동안은 내 수술 부위 통증이 심해서 아기를 혼자 돌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남편과 함께 봤는데, 이젠 내가 좀 회복되었으니 돌아가며 잠을 자기로 합의를 했다. 남편은 저녁 9시~새벽 4시, 나는 새벽 4시~아침 11시. 이렇게 순번제로 돌아가며 온전한 수면 시간을 확보했다. 지정된 수면 시간에는 아예 독립된 방에서 따로 자면서 귀마개까지 사용하여 수면의 질을 높였다.
잠을 7시간 이어서 자니 좀 살 것 같았지만, 이제 남편과 대화할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서로의 독점 수면 시간 동안 아기는 어땠는지, 몇 번 울었는지 등의 꼭 필요한 말들만 했다. 심지어 아기의 일과 기록표 종이 한 장으로 대화를 대신할 때도 있었다. 우리가 한 집에 사는데도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 외롭고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