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구리 07화

개구리

완장.

by 샤프 심

마을의 위기이기에 달수의 주재로 마을회관에 황 이장과 동진, 기훈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일단 상황이 이리 됐으니께유. 어찌 되었든 장례는 우리 전통대로 서낭당에서 위패 모시고 진행 할께유.”


장례 얘기를 하자 주민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래야지! 어떡하겠어?”


“그나저나 촌장님이 없으니 마을은 이제 누가 이끄나 그래?”


“그래, 앞으로 큰일이네?”


마을 사람들의 걱정을 듣고만 있던 달수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말인디유. 차기 촌장을 빨리 선출하지유? 일은 안타깝게 거시기 허지만, 일단 마을을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촌장 자리 오래 비워봤자 우리도 좋을 게 없으니께유!”


“맞아 촌장은 공석이면 그렇지!”


“그래 여기서 바로 뽑자고!”


여기저기 마을 주민들도 달수의 의견에 동조한다.


“그래서 말인디, 지는유 여기 황 이장을 추천해유!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그래도 이장질 10년이면 대강 알꺼 아니에유?”


“아이~ 달수야 나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내가 어떻게 촌장을 해?”


“아녀,아녀 그래도 이것도 행정인데 해 본 사람이 알지. 여러분 생각은 어때유?”


“그래 황 이장이 지금까지 이장 일 잘했잖아.”


“그래 지금 당장 마땅한 사람도 없고 황 이장이 해라!”


“맞아! 맞아!”


“그럼유! 황 이장이 촌장하는게 좋다 하시는 분 손 좀 들어봐유.”


주민들이 손을 들고 과반수를 넘어간다. 동진과 기훈은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상황에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이다.


“과반수가 넘어갔네유, 그럼 이제 촌장은 황 이장이 촌장으로 하는 걸로 할께유, 이이 있으신 분 있으심 손 한 번 들어보셔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럼 이제 촌장은 황 봉식 촌장이에유! 황 촌장님 나와서 인사 한마디 하슈.”


이제는 촌장이 된 황 이장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그동안에 눈물은 온데간데없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는 황 촌장.


“이렇게 부족한 절 뽑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이응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촌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자~ 박수~”


달수에 바람잡이의 마을 사람들도 덩달아 손뼉을 치고 이 상황들이 의심스럽기만 한 동진은 표정이 어둡다.

“잠깐, 그리고 제가 촌장이 됐으니 마을의 총무와 청년회장 집행부도 필요하잖아요? 저는 여기서 바로 지명하겠습니다. 총무에 여 달수!, 청년회장에 황 기훈 이렇게 임명하겠습니다.”


얘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술렁인다.


“아니 황 촌장님 촌장은 급하니까 그렇다 쳐도 총무랑 청년회장은 투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 기훈이 나이도 어린데 몬 청년회장이야?”


마을 사람들이 지적이 이어지자 황 촌장이 한마디 한다.


“아니! 전임 김 촌장도 뭐 투표도 안 하고 됐잖아요? 그리고 내가 촌장인데 내가 지명하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아니 그래도 기훈이는 황 이장 아니 황 촌장 아들 아니야? 한집안서 두 명이 감투를 쓰나?”


“내가 촌장인데 내가 하자면 하지 뭔 말들이 그리 많아!”


큰 소리를 지르는 황 촌장을 황당하게 마을 사람들이 쳐다본다.


“앞으로 나 황 촌장!! 내 말에 이이를 달려면 명분을 가지고 와! 그리고 총무랑 청년회장은 전임 촌장하고 집행부 장례 준비 철저히 잘해 주시고 다들 해산!”


큰소리를 치고 나가는 황 촌장. 마을 사람들은 촌장이 되자마자 바로 강압적으로 변해버린 황 촌장에 대해 웅성거린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진.


마을회관의 전임 김 촌장의 방에서 멋대로 상자를 가지고 온 황 촌장은 상자에서 직인을 꺼내 총무와 청년회장 임명장에 직인을 찍고 달수와 기훈에게 임명장을 전달한다.


다음날 마을 곳간에서 짐을 옮기는 마을의 청년회 촌장의 지시로 마을의 곡식을 촌장의 집으로 옮기고 있다.

“총무! 여기 곳간이 환기가 너무 잘돼! 그래서 곡식이 상하니까! 벌레가 나더라고 우리 집 곳간에 뒀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옮기면 되니까!”


“야! 촌장님 편하신 데로 하세유~ 야들아~ 얼른얼른 옮겨라!”


이 모습을 보던 기훈은 황 촌장을 만류하고.


“아빠! 이건 마을에 저장용 곡식이에요. 공금이라고요. 이걸 왜 우리 집에, 갖다 놔요?”


“아들, 나 촌장이야! 마을의 것이, 곧 촌장의 것이기도 하니까 방해하지 말고 나와봐! 어이! 흘리지 않게 조심히 옮겨들!”


기훈의 만류에 귀찮다는 듯 기훈을 몰아내는 황 촌장은 마을의 공금과 보조금 통장을 살펴보고 있다.


서낭당에서 김 촌장, 총무, 청년회장의 장례가 거행된다. 위패와 함께 집행부 모습을 본뜬 조그마한 개구리 석상을 제단 위로 올리고 황 촌장이 먼저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다음은 동진과 새로운 마을에 총무인 달수와 청년회장 기훈이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돌아가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참 오래도 해 드셨어!”


황 촌장의 혼잣말이 마을 사람들에게도 들리고 놀라는 마을 사람들.


동진은 먼저 자리를 털고 장례식장을 떠난다.


“이제 제가 촌장이 되었으니 새로운 정책과 규율을 정리할 겁니다! 내일 회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세요!”


“아니 내일은 바다에도 나가야 하고 일도 있는데?”


“누구 유~!?”


듣고 있던 총무인 달수가 소리친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손을 든다.


“형님 이유? 이제부터 황 촌장 말이 곧 법이에유!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실람 섬을 떠나시든지 아님. 재판이라도 할까 유?”


총무의 말에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이는 마을 주민.


“여 총무! 뭐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나? 여러분 저는 전임 촌장과 다릅니다. 이제 새 시대 새로운 정책으로 이 마을을 이끌어 갈 거니까! 다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세요!…아니면 국물도 없을 테니까!”


황 촌장이 비웃으며 협박 아닌 협박에 하자 마을 사람들은 당황한다.


“이래서 오래 해 먹었구나? 이것도 꼴의 권력이네! 권력!”


“황 촌장님, 같이 가시쥬?”


“그러시쥬?! 여 총무. 하하하”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장례식장을 떠나는 촌장과 그런 촌장에게 아부하며 같이 따라나서는 총무. 망연자실한 마을 주민들의 표정.


한편 장례식장을 빠져나와 정처 없이 섬을 헤매는 동진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어 본다.

-어릴 적 부모님, 할아버지와 함께 고로쇠를 채취하던 때.

-할아버지가 차려준 밥상에서 동진의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 주는 할아버지.

-정박지에서 할아버지에게 혼이 나는 동진.

-헛간에서 나온 동진을 안아주는 할아버지.


우연히 눈물을 흘리며 마을 헤매는 동진을 발견한 로미는 동진에게 다가온다.


“이봐요? 손자분, 무슨 일 있어요? 어? 지금 우시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무슨 일이에요? 저 그리고 그쪽에 부탁할 것도 있는데.”


“다음에 하세요! 지금 그럴 기분 아니에요!.”


영문을 모르는 로미는 눈치 없이 동진을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건다.


“아니 할아버지께 얘기 좀 잘해서 저 여기 정착 좀…”


“이제 할아버지 안 계세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제까지 뵀었는데… 어디 가셨어요?”


“돌아가셨어요!”


“정말이에요?! 저 정착 못 하게 하려고 장난치는 거죠?”


동진의 표정과 돌아가셨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로미.


“죄송해요, 제가 워낙 눈치가 없어서…”


“그리고 저도 여기를 떠날 거니까 새로운 촌장에게 부탁해 보세요.”


“무슨 소리예요? 여기를 왜 떠나요?”


“이제 여기는 이전에 제가 알던 곳이 아니에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요…”


로미를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는 동진을 계속 따라가는 로미.


“아니! 제가 위로는 못 해도 얘기는 들어드릴 수는 있으니까 그러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저는 태어나서 여기를 떠나본 적이 없어요! 떠날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고요!”


“그런데 왜 떠난다는 거예요?”


“이곳은 이제 제가 알던 그런 고향이 아니에요! 이제 설명이 됐나요? 그만 묻고, 그만 따라오세요!”


동진의 강경함에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로미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동진을 그저 멈춰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총무와 함께 마을을 돌고 있는 황 촌장에게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장례식장에서 황 촌장이 보인 강압적인 모습 때문인지 쭈뼛쭈뼛하며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간다.


“이봐! 거기 다들 이리 와 봐!”


황 촌장이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가는 주민 무리를 불러 세운다.


“너희들 왜? 나한테 인사를 안 해?”


“…”


촌장의 질문에 당황과 황당이 공존하는 주민들은 대답 없이 계속 쭈뼛쭈뼛한다.


“인사해 봐!”


황당한 주민들은 그저 황 촌장과 총무를 쳐다만 볼 뿐이다.


“이것들이 왜 촌장님한테 인사를 안 하는겨!?”


보고 있던 총무가 무리를 향해 주먹질하고 주민들 몇이 주먹에 맞는다.


“인사혀 봐!”


총무의 주먹질에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는 주민들.


“안녕하셔유! 촌장님! 하고 다시 혀 봐!”


어쩔 수 없이 다시 인사를 하는 주민들.


“그래, 그래 얼마나 좋아? 앞으로 인사 잘하자고! 아니면 전부 다 헛간에 처넣어 버릴라니까!”


껄껄껄 웃으며 가던 길을 가는 황 촌장, 총무는 인사를 하는 주민들에게 윽박질하고 졸졸 촌장의 뒤를 따라간다.


낮에 섬 구경을 하고 선착장에 나온 희민의 처 나영은 한가로이 홀로 산책하며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선착장 앞에 웬 사람이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저 산책하는 사람이겠거니 신경을 안 쓰던 나영은 그 사람이 울고 있는 듯하게 보인다.


호기심이 생긴 나영은 그 사람을 바라보는데… 달빛에 비춰 살포시 보이는 사람은…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개구리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서글프게 울고 있는 것 아닌가!


숨을 죽이고 개구리 사람을 쳐다보는데 웬 남자가 다가온다. 그리고 곧 둘이 말싸움을 하는듯하다. 그리곤 둘은 엉겨 붙어 격투를 시작한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개구리의 얼굴을 하던 사람은 인간 남자의 얼굴로 변하고 같이 싸우던 사람의 얼굴을 남자는 개구리의 얼굴로 변한다.


마치 개구리가 남자를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는 듯하다. 놀란 나영은 누가 볼세라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며 몰래 그곳을 빠져나온다.


선착장에 흥분한 기훈이 개구리 얼굴로 변해 있고 동진은 사람의 얼굴로 씩씩대고 있다.


“난 너희 아버지가 의심돼! 어떻게 거기서 혼자서만 살아올 수 있어?”


“아무리 친구지만 우리 아빠를 의심하는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그럼 나랑 같이 사고가 난 바다에 한 번 나가봐! 그럼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래 좋아! 내일 아침에 우리 아빠 배 타고 나랑 같이 물골로 나가봐!”


“만약 내 말이 사실이면?”


“그게 사실이라면 아빠라도 용서 못 해! 또 반대로 사실이 아니면 너도 용서 못 해!”


“좋아 내일 나가보자!”


숙소로 뛰어가는 나영의 놀란 모습이 역력하다. 숙소로 돌아온 나영은 희민에게 선착장에서 본 내용을 얘기한다.


“설마? 그럴 수가 있어? 잘못 본 거겠지?”


“진짜라니까! 그 개구리가 자기는 사람으로 변하고 다른 남자를 개구리로 만들었어!”


“잠깐! 그럼 이 섬이 정말 정령이 살고 있다는 건가!?”


“엄마, 아빠! 이누가 안 보여!”


딸 이나가 동생인 이누가 없어졌다고 얘기한다.


엄마를 찾아 숙소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 이누에게 검은 그림자가 접근하고 도망치다가 골목 코너에 몰린 겁에 질린 이누….


숙소 밖으로 나와 이누를 찾는 희민과 나영은 골목에 쓰러져 있는 이누를 발견하고 숙소로 데리고 온다.


무언가에 놀랐는지 계속 헛소리와 잠꼬대하는 이누….


이른 아침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는 기훈과 동진은 물골에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변해버린 산호초를 한눈에 알아본다. 바다를 천천히 살펴보던 동진과 기훈은 그물이 단단히 감겨있는 산호초를 발견한다.


또 다른 산호초에는 갈고리가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다.


유속과 조류의 충돌 충격으로 촌장과 총무, 청년회장이 바다에 떨어졌다는 황 촌장의 설명이 성립되지 않는 듯 한눈에 봐도 누군가에 의해 그물에 단단히 묶여 바다에 가라앉은 모습이다.


현장을 보고 아버지의 거짓에 충격을 받아 말을 잊지 못하는 기훈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동진이다.


“아빠가…설마 했는데…동진아! 네 말이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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