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동진과 기훈이 여객선에서 내려 선착장에 들어서자 작살을 든 황 촌장과 어구를 무기처럼 든 마을 주민들과 추종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동진을 에워싼다.
“어떻게 용케 돌아오셨네?”
“이봐 당신, 물골에서 다 봤어! 당신이 다 죽인 거지?”
“봤어? 개구리가 올 때 있으면 갈 때도 있는 거지 뭐! 조금 일찍 보내 드렸다고 뭘 그렇게 흥분해?”
황 촌장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듯 얘기하자 주변에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다들 뭘 수군대? 이제 대세는 난데! 그리고 너 인마! 마을의 통치자한테 당신이 뭐냐?
너는 어른 공경도 몰라?”
대놓고 살인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 황 촌장을 보던 주민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무기를 들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고 하나, 둘 팔을 내리기 시작한다.
“정말 신세대 꼰대 시네! 지네 불리할 땐 국제법 세계기준, 표준 떠들면서 평등 얘기하고 유리할 땐 한국식 유교 전통 운운하며 어른 공경이나 장유유서 논하면서 대접받을 것만 생각하는… 당신은 정말 뼛속까지 꼰대네~ 에이 꼰대!”
“맞아요, 아빠는 너무… 전임 김 촌장님보다도 유교 사상이 강하신 것 같아요!”
듣고 있던 기훈이 한마디 하자 눈을 부라리는 황 촌장, 기훈은 쫄아서 말없이 동진 뒤에 숨는다.
“어린놈이 어른한테 꼰대라니? 얀마! 너는 집에 삼촌도 없냐?”
“없는데요!”
“집안에! 집안에!”
“니가, 하나 남은 가족인 할아버지까지 죽여서 집안에 아무도 없는데요!”
“아니! 그런데 이 자식이 그래도…. 끝까지 반말을…?”
“그래 동진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버지인데 꼰대라는 말은 니가 심했어. 또 어른한테 니라니?”
동진과 황 촌장이 한심하다는 듯 말없이 기훈을 노려보다 동시에 한마디 한다.
“도대체 너는 정치적 노선이 어디야? 한 곳을 정해! 무슨 박쥐야?”
“이놈들 다들 잡아! 아주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겠어!”
황 촌장이 마을 사람들과 추종자들에게 공격을 지시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미동도 없다.
“뭐 해!? 어서 잡으라니까!”
황 촌장이 다시 지시하자 주민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던지고 모든 주민 하나, 둘 다들 무기를 바닥에 던져 버린다.
“촌장님 아까 그게 무슨 얘긴지 설명 쪼까 해줘야겠는디요?”
“그래요, 동진이 물골 얘기가 뭐예요?”
“동진아! 니가 속 시원히 얘기 좀 해봐라”
동진이 앞으로 나선다.
“저자는 살인마입니다!, 물골에 가서 확인해 봤어요! 청년회장님이 그물에 걸려 산호가 되어있었어요. 그건 혼자서 묶일 수가 없이 남이 묶어야만 묶일 수 있는 거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놀란 탄성이 흘러나온다.
“황 촌장의 얘기대로 사고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산호에는 갈고리가 박혀있었습니다. 누군가 공격하지 않으면 박힐 수 없어요. 모두 황 촌장의 짓입니다!”
“어쩌면 그럴 수가!”
“이봐, 황 촌장! 우릴 속인 거야?”
마을 사람들이 황 촌장을 추궁하고 주민 중 한 명이 무리를 빠져나가 회관의 헛간으로 가서 갇혀있는 주민들을 풀어준다.
“어서들 나와요!”
풀려난 주민들과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마을 주민.
“뭐? 그게 어때서 이제 이 섬의 주인은 나야!, 내가 법이야! 다들 내 말만 들으면 돼! 너희들은 그냥 내 밑에 있는 개, 돼지일 뿐이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황 촌장의 얘기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분노하고 갇혀있던 마을 주민들까지 합세해 무기를 들고 황 촌장에게 다가간다.
성난 주민들이 자신을 공격하러 다가오자 작살을 들고 위협을 하는 황 촌장.
“이것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 다가오지 마!”
“아빠!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세요! 다 끝났어요!”
기훈이 황 촌장을 보고 사정하듯이 얘기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황 촌장.
“조용히 해! 이 섬의 주인은 나라고! 너희는 미개해! 나처럼 정치를 몰라!”
마을 주민들이 점점 거리를 조여오자 작살을 쏠 듯이 겨냥하는 황 촌장. 기훈이 작살을 빼앗으려 달려든다. 그리고 기훈과 몸싸움을 하는 황 촌장 실수로 작살이 발사되고 기훈의 어깨에 작살이 꽂힌다.
“기훈아!”
“아빠!”
실수로 기훈을 쏜 황 촌장은 놀라긴 하나 다시 작살을 장전하고 다가오는 주민들과 대치한다.
이번에는 동진이 달려들어 작살을 빼앗으려 한다. 동진과 실랑이하는 황 촌장 다시 한번 작살이 발사된다.
시간이 멈춘 듯 모두의 시선이 황 촌장에게 고정된다. 황 촌장의 배에 작살이 꽂혀있다.
놀라는 동진은 황 촌장과 거리를 두며 멀어지고 자신의 배에 작살이 꽂혀있는 것을 본 황 촌장 역시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고통이 점점 엄습해 오며 죽음의 두려움에 눈이 충혈되는 황 촌장은 점점 몸을 떤다.
황 촌장의 두려움에 떨자 기훈이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기훈을 쳐다보며 점점 죽어가는 황 촌장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점점 굳어지며 나무로 변한다.
“기훈아…”
작살이 꽂혀있는 나무가 되어 버린 황 촌장.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기훈.
“아빠!”
마을 주민들은 말없이 황 촌장 부자를 바라본다. 동진이 말없이 기훈에게 다가와 위로한다.
“모두 서로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진이 얘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 급한 건 육지인들이 감염되었으니 어서 마을 여러분 중 몇 분만 가셔서 우물을 길러 다 주세요. 그들을 해독시켜야 하니까요! 우리는 육지인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줘선 안 됩니다!”
“동진이 내가 갈게!”
“나도, 어서들 가자고.”
마을 주민 몇몇이 자진해 우물을 길으러 간다. 기훈은 어디선가 도끼를 가지고 와 눈물을 흘리며 나무로 변한 황 촌장에게 도끼질을 시작한다.
“기훈아! 무슨 짓이야? 아버지를 왜 잘라?”
“악법은 나쁜 거야! 뿌리를 뽑아야 해!”
“그렇다고 아버지를… 안돼! 기훈아!”
“그런 거 아니야! 집으로 모실 거야!”
결국 나무를 잘라 힘들게 집으로 가지고 가는 기훈.
마을 사람들이 우물을 길러오자 여객선의 감염된 승객과 모든 육지인에게 신종폐렴 약이라 속이고 일일이 우물물을 마시게 하는 동진에게 희민이 다가온다.
“어떻게 이 물이 해독 제인 걸 알고 있었죠?”
“이건 대대로 섬에 내려오는 약인데 원래는 후임 촌장한테만 알려줍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운명을 예감하셨는지 저한테만 알려 주셨죠, 이건 우리한테는 어떠한 효험도 없습니다.”
“당신들은 정령…! 신이 맞는 거죠?”
“그건 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는걸요, 다만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육지에는 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더는 우리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시는 이곳에 관한 연구도 언급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물을 드세요. 지금까지의 일도 잊게 되니까요.”
우물은 감염도 낫게 하지만 그들의 정체를 잊게도 만든다.
“무슨 뜻인 줄 알겠습니다.”
“네 가족분에게도 부탁드립니다!”
동진과 얘기를 마치고 선착장에서 ‘한국 구비 문학 대계’ 바다에 던져 버리는 희민은 받은 우물물을 마신다.
이제 동진은 로미에게 우물물을 마시게 하려 한다.
“저는 마시지 않겠어요! 정말 당신과 이곳에 정착할 방법은 없나요?”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이곳에 정착하게 되면 여기를 떠날 수도 이제 육지인들과 같아질 수도 없는데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우리 집 앞 나무의 고로쇠 물을 먹으면 우리와 같아질 수 있어요. 여기 일을 끝마치고 조금 이따 저랑 같이 가요.”
“좋아요”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둘 마을 주민들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못 볼 꼴을 본 듯 둘을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은 동진을 촌장으로 추대하지만, 동진은 그러지 말고 앞으로 다수결의 원칙으로 민주주의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마을에 임원진을 강화하여 어느 한쪽에 힘이 기우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한다.
그리고 마을에 가장 어른에게 촌장을 역임하도록 하자고 한다.
동진의 결정을 따르는 마을 주민들.
기훈이 황 촌장 나무를 자른 곳에서 굵은 나뭇가지를 발견한 동진은 집으로 가지고 와 리코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