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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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함과 어리숙함의 미덕
ㅡ*난득호도難得糊塗의 교훈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총명한 척하며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총명함과 실제 내면의 진정성은 분명 다르다. 총명함은 지식의 양이나 논리적 사고의 능력으로 측정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참된 지혜에 도달하기 어렵다. 오히려 총명함과 어리숙함이 공존할 때, 즉 진정한 겸손과 열린 마음이 더해질 때 비로소 지혜의 완성에 가까워진다.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네 글자는 이 시대에 특히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어리숙함을 얻기란 어렵다”는 뜻으로, 주로 지나치게 똑똑하거나 계산적인 태도를 경계하며 단순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우리는 삶을 지나치게 분석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일에 이성과 논리를 적용하려다 보니, 단순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이 네 글자가 담고 있는 철학은 진정한 지혜는 때로는 ‘어리숙한 척’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가르쳐 준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 과잉과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무한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판단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 상충하는 사실들, 끝없는 논쟁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기며 타인을 설득하거나 비판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음의 여유를 잃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총명한 척하며 이기적으로 굴기보다, 어리숙해 보이는 겸손함을 선택하는 것이 더 큰 지혜일 수 있다.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실천은 우선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 대신,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예컨대 직장이나 가정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대신, 잠시 멈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자세다.
이는 단순히 겸손을 가장하라는 뜻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뜻이다.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깨달음을 얻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행동이 더 큰 지혜와 조화를 만들어낸다.
난득호도難得糊塗는 또한 관계의 회복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오늘날 많은 인간관계는 경쟁과 오해 속에서 무너져 가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지나치게 분석하거나 오해하며 갈등을 키운다. 그러나 어리숙함을 선택하면,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할 여지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 굳이 그를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대신, 그냥 모른 척 넘기는 태도가 오히려 관계를 개선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는 스스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 더 큰 조화와 평화를 위해 잠시 자신의 지혜를 내려놓는 선택이다.
또한, 난득호도難得糊塗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여유를 준다. 오늘날의 사회는 자기 계발과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행복을 잃어버린다. 난득호도의 철학은 완벽해지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다.
결국 난득호도難得糊塗의 가르침은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모르는 척’하는 겸손이 아니라, 더 큰 진실과 조화를 위해 자신의 지혜를 내려놓는 것이다. 총명하면서도 어리숙하게 처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겸손해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한 지혜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태도이다.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난득호도의 철학을 자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때로는 모르는 척, 어리숙한 척하면서 삶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혼란 속에서 평화를 찾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우리 주변에 더 많아질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화로운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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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득호도(難得糊塗)"
'난득호도'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가훈으로, "바보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라는 뜻인데 자기를 낮추고 남에게 모자란 듯 보이는 것이 결국 현명한 처세가 된다는 중국인의 오래된 격언이다.
난득(難得) 은 얻기 어렵다는 뜻이고, 호도(糊塗)는 풀 칠이니, "난득호도"는 "한 꺼풀 뒤집어써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로, 바보처럼 굴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총명한 사람이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사는 건 참 어렵다.
‘난득호도’는 청 나라 문학가이자 화가와 서예가로 알려진 정판교(鄭板橋)가 처음 사용한 말인데 "바보가 바보처럼 살면 그냥 바보지만, 똑똑한 사람이 때로는 자기를 낮추고,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처신하는 것이 진짜 똑똑이다"라는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