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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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는 명의였고, 놀부는 장사꾼이었다
김왕식
고전소설 흥부전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부러진 다리를 가진 작은 제비를 발견한 흥부는 지극정성으로 치료해 준다. 그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뿐이다.
놀부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그는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후 치료하려 한다. 목적은 오직 이익. 그는 흥부처럼 선행을 베풀어 복을 받으려 했지만, 그 마음이 삐뚤어져 결국 처참한 결과를 맞이한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의료계에서 흥부와 놀부의 모습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의사가 있다. 반면,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의사도 있다. 진료보다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고, 과잉진료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를 보면, 놀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물론, 대다수의 의사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의술의 본질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의료인이 의술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면서 의료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환자는 더 이상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의사는 환자의 불신 속에서 방어적 의료에 몰린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상생과 도전이다.
먼저, 상생이 필요하다. 환자와 의사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의사는 환자를 단순한 수익원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야 하며, 환자 역시 의사의 노고를 이해하고 신뢰해야 한다. 의료가 장사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의사와 환자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또한, 도전이 필요하다. 의료가 지나치게 자본에 종속되지 않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제도의 개혁,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 조성, 윤리 교육 강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의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흥부는 명의였다. 그의 의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는 살리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료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흥부의 길인가, 놀부의 길인가? 환자의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의료, 그 길을 택하는 순간, 의료계는 다시 신뢰를 되찾을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