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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Feb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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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잎 클로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초원. 푸른 풀밭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달삼은 잔디밭 한가운데 앉아 열심히 풀을 헤집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손끝으로 한 줄기씩 클로버를 뒤적였다.

"어데 보자… 분명 여기 어딘가 있을 끼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길근이 팔짱을 낀 채 웃었다.

"야야, 니 뭐 그리 열심히 찾노?"

달삼은 고개를 휙 돌려 대답했다.

"네 잎 클로버! 이거 있으면 행운이 온다 안 카나."

길근은 코웃음을 치며 풀밭에 털썩 앉았다.

"그라믄 니 지금 행운 찾는다꼬 행복 다 밟아 뭉개는 거 아이가?"

달삼은 손을 멈추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군데군데 꺾여버린 세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부터 무심코 발로 헤집고 있던 것들이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길근은 한숨을 쉬며 손으로 부드럽게 풀을 쓸어내렸다.

"니 세 잎 클로버 꽃말이 뭔지 아나?"

"뭐… 그냥 평범한 풀 아녀?"

"아이고, 참. 그게 '행복'이란다, 행복."

달삼은 흠칫 놀라며 다시 한 번 풀밭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펼쳐진 세 잎 클로버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와… 몰랐다. 난 그냥 네 잎 클로버만 특별한 줄 알았는데."

"그래, 다들 네 잎 클로버만 찾느라 정작 행복은 짓밟고 산다 아이가."

달삼은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조심스럽게 클로버 잎을 쓰다듬었다.

"근데도 네 잎 클로버 한 번쯤은 보고 싶다. 진짜 행운이 올지 궁금하잖아."

길근은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라믄 찾아보자. 근데 약속 하나 하자."

"뭔데?"

"이제부터는 세 잎 클로버 안 짓밟기. 행복 무시하지 않기."

달삼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정성스레 찾아볼게!"

두 사람은 허리를 숙이고 천천히 풀밭을 살폈다. 손끝으로 조심스레 잎을 넘기며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하지만 한참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달삼은 결국 주저앉아 허리를 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없나 보다. 그래도 이상하게 아쉽진 않네."

길근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와 그렇노?"

"네 잎 클로버가 아니어도, 이렇게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은데… 그냥 이 순간이 참 좋다."

길근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사람들은 행운 찾느라 행복을 놓치고 산다. 근데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지금 행복하다는 거 아이가?"

달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풀밭을 바라보았다. 그들 곁에는 여전히 수많은 세 잎 클로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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