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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 환희의 서곡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19. 2025





                        봄, 그 환희의 서곡







겨우내 얼어붙은 돌 틈 사이, 그 어두운 틈새에서 생명의 숨결이 스며든다. 차갑게 웅크리고 있던 씨앗이 대지의 부름을 듣고 조용히 눈을 뜬다. 거친 얼음장을 뚫고 나온 초록의 잎새가 첫 바람을 맞이하며 떨리는 숨을 내쉰다. 햇빛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흙의 온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마침내 봄의 맥박이 뛰기 시작한다.

아지랑이가 아련히 피어오른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도 연둣빛 기운이 돌고, 바람결에 실려 온 이름 모를 꽃향기가 희미한 잔상을 남긴다.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지나간 자리, 그곳에 봄이 도착했다. 대지는 따스한 기운을 머금고, 공기는 한층 가벼워진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한결 경쾌하다.

거리는 겨우내 무겁게 걸쳤던 두꺼운 외투를 벗고, 부드러운 색감의 봄옷을 걸친 사람들로 물든다. 한 걸음, 두 걸음,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마다 생기가 어린다. 분홍빛, 하늘빛, 연둣빛, 파스텔톤의 옷자락이 바람에 살랑이며 봄의 화사함을 노래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어깨를 감싸던 묵직한 감정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해가 깊어질수록 바람은 더욱 포근해지고, 햇살은 따사롭게 피부를 스친다. 봄은 이렇게 스며든다. 한순간에 찾아오는 법 없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틀림없이 다가와 온 세상을 감싸 안는다. 겨울 동안 깊이 얼어붙었던 마음도 어느덧 풀리고, 새싹처럼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한다.

마음 한구석에서 묵직했던 감정들이 녹아내린다. 겨울이 남긴 얼룩들을 지워내듯 따스한 봄볕이 스며들고, 그 자리엔 설렘과 희망이 돋아난다. 차갑던 생각들은 봄바람을 따라 멀리 날아가고, 그 자리에 온화한 온기가 자리 잡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이 태어난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운 걸음으로, 더 따뜻한 마음으로, 더 환한 미소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것들은 이제 놓아주고, 새롭게 움트는 것들을 기꺼이 맞이할 시간이다.

그렇게, 봄이 왔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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