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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Jan 25. 2024

중년기의 걸림돌. 예기치 않은 복병, 아내와의 갈등  

천사인 아내가 지옥으로 변하다

 중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돈과 건강과 고립을 피하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는 정말 '아내'이다.

 퇴직하고 나면 직장에서 맺은 인간관계가 다 끊긴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끊겨도 내 옆에 남아 있는 것은 아내다. 은퇴 뒤에는 24시간 365일을 같이 있어야 한다. 아내와 사이가 나빠지면 내 삶이 지옥이 된다. 


   특히 중년기에는 '남편이 아내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아내가 남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다르다.

생각이 다른 것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은퇴 후이다. 은퇴 전에는 직장에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서로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은퇴 후에는 매일 둘이 같은 공간에 있게 된다. 이때 남편과 아내의 생각 차이가 나타난다.


 대기업 사장을 했던 직장 선배 이야기다. 

은퇴를 하고 나서 이 선배는 그동안 직장이 바빠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으니까 이제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은퇴 후 6개월 동안 아내랑 같이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 정도쯤 지나서 갑자기 아내가 술 한잔 하자고 했는데, 뜻밖의 말을 했다. “여보 당신이 직장 다닐 때 당신은 직장에서 바빴지만, 나는 집에서 나름대로 시간을 보낸 스케줄이 있어요. 헬스도 해야 되고 동창도 만나야 되고 헬스클럽 친구들도 만나야 되고 무척 바빠요. 그동안 은퇴한 당신을 위해서 6개월 동안 참았는데 더 이상 내가 참을 수가 없어. 너무 답답하고 당신 밥 차려 주는 것도 짜증 나고 너무 힘들어.”

 

 선배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선배한테만들은 것도 아니다. 직장 동료에게 들었는데 그 친구는 은퇴 후 보름만에 똑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6개월 뒤에 겨우 문방구점을 차렸다. 문방구점을 차려서 아침 10시에 출근하고 5시 퇴근하니 가정에 평화 왔다고 한다.


 남자들은 중년기에 들어서면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젊을 때는 직장 생활에 바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고, 특히 골프 붐이 불어서 토요일 일요일까지 골프를 치게 되면 일주일에 집에서 저녁 먹는 날이 한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소홀했던 가정을 위해서 봉사하고, 이제부터 편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아내로부터 따뜻한 환대도 받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 생각은 다르다. 아내는 그동안 남편이 전혀 집안 일을 돌보지 않아서 육아하느라 바빴다. 이제는 내 시간도 갖고 취미생활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편의 은퇴 뒤가 걱정이 된다. 꼰대 밥 세끼를 다 해 주어야 하고, 집안 일에 잔소리 할텐데 벌써부터 짜증이 난다.


 중년기에 남녀간의 시각 차이를 좁히기는 어렵다. 평생 동안 살아오면서 형성된 상대에 대한 관점인데 어떻게 이것을 쉽게 바꿀 수가 있을까? 교정하기가 쉽지 않다.


 부부 상담을 하면서 특히 중년 남성에게 느낀 점은 부부간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시각 차이도 있지만 '공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공감을 하면 아내를 이해'하게 되고, '아내 입장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아내를 공감하지 않으면 내 입장에서만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니까 전혀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에 라O머와 안O모 부부를 보았다. 남편은 가수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이다. 아내는 명문대를 나와서 TV 기자를 했고 동시통역사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동시에 통역했는데 나는 그렇게 잘 통역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두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을 해서 알콩달콩 싸우면서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봤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은 두 사람은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보통 성공한 남자들 처럼 남편은 유능하며 일 중심 사고방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하고, 사업상 골프 약속도 많다. 그런데 아내는 다르다. 여성은 대부분 관계 중심적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TV에서 봤다. 안타까웠다. 두사람 다 선남선녀이고 서로 사랑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분들인데, 문제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남성 입장에서 공감이 안 되는 이유는 남성들은 '평생 동안 공감을 받아 본 일'이 별로 없고, '배워 본 일'도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다닐 때 유교적인 전통에서 선생님 말씀을 무조건 따르는 구조였다. 학교 다니면서 선생님으로부터 공감을 받아 보거나 따뜻한 말을 들어본 일이 별로 없다.


 요즘 군대는 많이 다르지만 예전의 군대는 공감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일제의 군사 문화 잔재로 무조건 상명하복이고 구타가 횡행했다. 나는 포병 창설부대에 전입했는데, 1년간 아침 저녁으로 매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그냥 이유 없이 때렸다. 때려야 말을 듣고, 때려야 군기가 잡히고, 그래야 창설부대에 큰 사고가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장에서도 상명하복이 뚜렷하다. 상사의 지시에 불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조건 상사가 맞다고 생각하고 그 지시에 따라야 되는 시대를 살았다.


 유교 문화와 일제 군대 문화의 잔재 속에 살다 보니 그것이 가정에도 똑같이 투영된다. 아내는 남편 말을 들어야 되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복종해야 된다.


  대부분 중년 남성의 사고방식에 상명하복이 많고 '공감이 들어갈 공간이 적다'.


  중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고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공감능력'이다. 돈은 없으면 없는 대로 소비를 줄이면 된다. 그런데 공감하지 못하면 아내와 아이들 가정으로부터 소외되고, 친구도 떨어져 나간다. 결국 사회로부터 고립된다.


 동창 20명 정도 모이는 모임에 갔었는데 화장실에 잠깐 갔다와서 다시 모임 자리로 돌아왔다. 모인지 한두시간 지나서 대부분 술이 거나하게 취했는데, '20명 중에 10명 이상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말하는 사람만 있었다'. 남의 의견을 공감하기는 커녕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데, 내 이야기만 하고 있다. 


중년기 남성의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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