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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Aug 27. 2024

너는 너 자체로 빛나

EP.면접일기

 아주 가끔 너튜브로 먹방을 본다. 아무래도 해외에 살다보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데에 한계가 있고,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요리를 해서 보관하기에는 쉽게 음식이 상해서 자주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말 먹고 싶은 데 먹을 수가 없는 음식 생각이 날 때는 보게 된다. 이틀 전에, ‘바다 곰 조해웅’ 이라는 유튜버의 술 먹방 녹화본 쇼츠가 내 알고리즘에 떠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언급한 내용이 곱씹어보니 내 면접에서도 적용되었던 내용이었다. 


 ‘제가 친구랑 술자리에서 같이 각 잡고, 오늘 헌팅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헌팅을 하려고 하면 잘 안돼요. 그냥 술만 마시게 되어요. 근데 그런 거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즐겁게 친구와 그 자리를 즐기면, 자연스럽게 같이 술 먹자는 제안이 들어오더라구요. 남녀 사이에서 각 잡고 뭔가를 하려고 하면, 내 매력이 반감되어서 그런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정말 그렇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걸 꼭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행동하면,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이 반감이 되고 뚝딱거리게 된다. 반면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그냥 내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면, 나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행동에 녹아들어 드러나게 되면서, 상대방한테는 이것이 호감으로 비친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22년, 해외 오픈데이 면접을 떠나기 전, 사실 나는 정말 내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분명 나는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세상을 넓게 보고 싶었다. 세상을 여기저기 탐험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만 국한되어 일하기에는 내 젊은 인생이 아까웠었다. 지금까지 계속 미친 듯이 바라보고 달려오던 외국항공사 승무원 면접에서는 계속 닿을 듯 말 듯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퇴사를 한 마당에 일을 안 하고, 이것만 바라보기에는 내가 정한 나만의 재취업 기한은 최대 3개월. 누구나 말하던 제 2의 플랜 B도 정말로 고려해야 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크루즈승무원을 플랜 B로 가지고 갔었다. 크루즈승무원의 준비도 외국항공사 승무원과 결이 비슷했다. 그동안 수많은 과외며, 많은 수업들을 들으면서 준비하던 방향성과 크루즈승무원의 답변 방향성 및 준비도 커버가 가능했기에, 바로 생각하자마자 블로그의 수많은 Ex-크루즈 승무원들의 후기들을 찾아보면서 'All Cruise Job' 사이트에 바로 접속해서 채용을 찾아봤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나는 홀랜드 아메리카라인 크루즈랑 나랑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업계에서도 꽤나 복지도 괜찮았으며, 명성도 꽤나 있었다. 마침 홀랜드 아메리카라인에서 International 직원을 모집했었다. 호텔로 치자면 프론트데스크 업무였었다. 마침 호텔 경력도 있던 차라, 바로 서류 지원을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랜드아메리카 측에서 비디오 면접을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오픈데이 면접 이후로 날짜를 지정했었다. 


 그러고 해외 오픈데이에서 면접에 임하기 전에 생각했다.

‘그래. 너무 목매달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어차피 크루즈승무원 면접도 잡혀있고, 내 운명과 인연이 크루즈라면, 크루즈승무원이 될 운명인 거야. 이 회사와 내가 인연이라면 내가 여기서 똥을 싼대도 합격할거고. 그냥 편하게 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지금까지 봤던 면접들 중에서도 가장 편안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면접을 봤었다. 차분하면서도, 침착하게 말이다. 나의 장점 중의 하나는 차분함인데, 아마 여성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나의 매력이 지금까지 봐온 면접들 중에서도 가장 잘 드러났던 것 같다. 뚝딱거리던 내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우면서도 눈길이 가는, 호감을 사는 내 진짜 모습이. 


 그리고 지금의 나는 바다를 가르는 배가 아닌, 하늘을 다니는 한 척의 배에서 일하고 있다. 아, 이후에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의 면접을 보긴 했다. 결과는 합격해서 서류를 달라고 요청해주셨지만, 따로 제출하지는 않았다. :) 굉장히 나를 좋아해주셨던 눈빛이 잊혀 지지 않는다. 내가 이전 글에 너무 목매달고 욕심 부리면 잘 안된다고 올린 적이 있다. 오늘 올린이 글도 이어지는 맥락이다.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고, 너무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말이다. 누군가의 호수는 정말 흐름이 빠를 수 있다. 남들보다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빠른 유속 속에서 빨리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호수는 잔잔하게 흐르기에, 남들보다 유속이 느릴 수 있다. 괜찮다. 각자마다 사는 인생과 경험들이 다르듯, 그저 시간이 다를 뿐이다. 시간이 지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결국 뒤돌아 봤을 때, 목표 지점 통과라는 사실을 동일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뮬란의 아버지가 뮬란에게 역경을 딛고 가장 늦게 핀 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면접관들도 사람이다. 그 사람들도 그저 커다란 회사라는 대감 집에서 열심히 양말 속에 살아가는 도비 같은 존재일 뿐이다. 신의 존재로 볼 필요는 없다. 빨리 면접 끝내고 그 사람들도 집에 가서 자고 싶어 할 걸? 가장 편안하게, 본인의 자연스러운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 그 순간 여러분의 매력이 배로 보여 질 것이다. 당신은 당신 자체로도 빛나니까 너무 아등바등 하지말자 우리.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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