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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Aug 27. 2024

원피스 루피처럼 고무고무 팔 갖고 싶다

EP.면접일기

수많은 외국항공사 승무원 준비생들에게 어디 가고 싶냐 질문하면, 단연코 카타르 항공은 진심으로 10명 중에 8명은 꼭 가고 싶거나 관심 있다고 말하는 항공사 중에 하나이다. 나 역시 그랬고, 당시 승준생 시절 참여한 6개의 스터디에서 모든 인원들이 다 그랬으니까. 그만큼 세계 최고의 항공사라는 타이틀도 있으면서 동시에 메리트가 있는 회사이니깐. 


카타르 항공사에 나는 2022년도에 총 3번을 지원했었는데, 모두 다 ‘암리치 탈락’ 이라는 쓰리고 쓰린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인 원피스에 나오는 주인공 루피의 고무고무 팔을 진심으로 카타르 면접이 있는 날이면 가져다가 떼서 내 팔에 붙이고 면접을 보고 싶었다. 카타르 항공사는 암리치로 말이 조금 많다. 그래서 전현차 카페에 들어가면 나처럼 키가 아담한 요정들은 오늘 카타르 항공 암리치가 어땠냐면서 물어보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면 대부분은 댓글로 꽤나 높았다고 한다. 카타르 항공사는 키 제한이 없는 대신에 암리치로 평가를 하는데, 이 암리치가 호텔 바닥이 푹신하시고 하고, 그 당일의 상황에 따라 높을 수도, 적정일 수도, 아니면 조금 낮을 수도 있다. 내가 면접을 봤던 그 세 번 모두 나에게는 왼쪽 팔은 모자라서 항상 닿지 않았었다. 


근데 암리치가 닿지 않았어도 합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블로그 후기를 열심히 찾아보면 나온다. 지금도 가끔 연락드리는 나를 가르쳐주신 에띠하드 전직 출신 선생님이 계신데, 선생님 블로그에 가면 나와 있다. 암리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꼭 암리치가 안 닿아도 면접관의 마음에 든다면, 그리고 그 날의 운이 본인에게 닿는 날이라면 합격 할 수가 있다. 근데 그 운을 받으려면 본인의 노력과 실력도 뒷받침이 되어있어야 한다. :) 


내 면접 후기를 공유해보자면, 하루는 나는 체리 핑크색의 쨍한 자켓에 새하얀 원피스를 입었었다. 당시 내 면접관은 빅토리아였는데, 그녀는 예쁜 트위드 자켓을 입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너한테 잘 어울린다며 칭찬해주자 그녀 역시 나의 쨍한 자켓에 대해, 피부에 대해 칭찬해주었다. 느낌이 좋았다. 이 좋은 느낌 그대로 그녀는 내게 암리치를 하라며 뒷 편으로 안내해주었다. 핑크 자켓을 예쁘게 접어 바닥에 두고 있는 힘껏 팔을 쭈욱 뻗었다. 역시나 키가 작은 나는 약간의 모자른 암리치에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빅토리아가 옆으로 오더니 계속 해보라면서 기회를 주셨다. 감사하면서 한 5번의 시도를 계속했었다. 그럼에도 야속한 짧은 팔은 늘어나지 않았고, 그녀가 말했다. 


‘난 너가 너무 좋은데, 이건 회사 기준이라 내가 어떻게 못해서 나도 속상하네. 미안해. 너 요가하니? 특히 이 자세가 좋아’ 


라면서 나에게 어떤 요가 자세가 좋은 지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내가 너무 맘에 들어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키가 작더라도, 암리치가 안 닿는다 해도, 제일 중요한 건 면접관과 티키타카, 그리고 사람 냄새가 풍기도록, 내 매력이 상대방에게 닿도록 다가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고무고무 열매가 절실했던 카타르 항공의 면접들이었지만, 빅토리아. 그녀를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그리고 면접에서 중요한 건 첫 인상. 그리고 좋은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것. 특히나 승무원은 이미지가 절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직업이자 면접이기에 내 매력이 결정되는 3초 첫인상에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전달하는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하고 교훈을 얻게 된 소중한 면접 경험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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