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면접일기
나의 합격일을 단어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나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고 본다.
간절함. 대담함. 감사함
절실하게 외국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나의 ‘간절함’은 한국에서 열리는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해외 오픈데이 도전이라는 ‘대담함’ 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대담함이 이끈 해외 오픈데이 인터뷰에서 최종 합격하여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된, 그 당시의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회사에 대한 ‘감사함’ 은 지금 생각해도 참 가슴 벅차고 말만 들어도 오, 하늘이시여 한다.
수많은 면접을 봤었다.
동남아시아 저가 항공사인 스쿳 항공사 2번의 탈락 (영어테스트 탈락, 파이널 면접 탈락)
걸프항공 2번의 탈락 (온라인 인터뷰 탈락, 그루밍 테스트 탈락)
젯스타 아시아 탈락 (학원 대행사 1차 면접 탈락)
카타르 항공 3번 탈락 (암리치)
살람에어 파이널 탈락
플라이나스 파이널 탈락
플라이두바이 2번 탈락 (온라인 어세스 후 연락두절)
싱가포르항공 1번 탈락 (비디오 면접 탈락)
이 외에 쿠웨이트 항공사, 오만 항공사 등등 수없이 많은 항공사에 지원했었다.
세어보니 면접에서 탈락만 12번이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외항사 항공사에 직장을 다니면서 눈치 보며 연차 사용을 하며 끊임없이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다녔던 그 시절의 나는 매우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지구의 멘홀을 뚫을 정도로 많이 낮아져있었다.
위에 나열한 면접 인터뷰들 모두 한국에서 열린 면접이었다. 함께 스터디를 했던 친한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언니들이 과감히 해외로 나가 도전 끝에 많이 합격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나도 가고 싶던 마음이 매우 컸었다. 하지만 당시 근무하던 미술관 부서에 나 혼자 근무했기에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일했던 터라 오래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었다. 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나는 마음을 다 잡고 계속 내 타이밍을 기다리고 수많은 도전을 거듭했었다. 결국 계속되는 면접에 남은 연차가 얼마 남지 않던 상황이 다가왔었고, 해외 오픈데이를 가려면 과감하게 퇴사를 해야 되는 상황에 부딪혔었다. 내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을 때, 과연 어느 것이 맞는 지 매일이 고민과 생각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해외 오픈데이 면접이 열린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 공고를 보자마자 딱 들었던 생각.
‘이건 무조건 가야한다.’
나는 이 기회는 안 가면 평생 후회하고도 남을 기회임을 딱 보자마자 느꼈다. MBTI가 극 현실주의자였던 S인 나의 원래 성격이었다면, 퇴사도 하지 않은 상황과 돈이며 이것저것 따지며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했겠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바로 인천에서 베트남을 경유해서 면접 장소로 떠나는 비행 편을 바로 찾아서 지체 없이 예약했었다. 그러고는 바로 퇴사할 날짜를 계산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에 퇴사를 말하기에 죄송한 마음뿐이었지만, 나의 꿈까지 지금의 회사에서는 책임져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당시 근무했던 미술관의 회장님, 이사장님, 실장님, 팀장님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좋으신 분들이었기에 바로 이해해주시고 (아, 퇴사 사유는 당시에 몸이 안 좋다 였다. 당시에 정말로 몸이 매우 피곤해서 안 좋기도 했었다.) 무사히 퇴사를 하게 되었었다.
2022년 10월 27일, 면접을 보러 떠나기 전, 가는 길을 엇갈려하지 않게, 그리고 마음을 다 잡도록 인천 공항에 홀로 미리 사전 답사처럼 다녀왔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내 자신에게 속삭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이건 나의 젊은 시절이기에 행할 수 있는 대단한 여정이고 결심이야. 먼 훗날 나이가 들어, 내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이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고 후회하지 않을 시간이야. 가서 후회 없이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고 최선을 다하고 오자. 다시 이 인천공항에는 유니폼을 입고 오도록 해보자.’
그렇게 10월 28일에 나는 가족들에게만 조용히 알린 채 나 홀로 여정을 떠났다. 혼자 캐리어 하나 꺼내들고 떠나는 내내, 하늘 길에서 만난 에어프레미아 승무원들과 에어아시아 승무원들을 보며 비행기 안에서 내내 혼자 추잡스럽게 마치 권상우의 소라게 짤 마냥, 모자 속에 얼굴을 감추고 속으로 엉엉 울음을 삼키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이런 무모한 도전을 떠났나 싶다가도 내가 저들처럼 이뤄낼 수 있을까 싶은 만감이 계속 교차했었다. 걱정 반, 설렘 반. 아마 두려움이 더 컸던 여정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 일기를 쓰는 2023년 8월 15일 기준. 아니, 합격일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내 인생에 있어서
면접 최종 합격일. 270번. 조이닝 날짜들은
내 평생 가슴에 새기고 행복할 숫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