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이렇게 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럼... 이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약서가 건네지고, 상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어떤 사이셨나요? 그분, 워낙 독특한 분이셨잖아요. 혼자 있기 좋아하는”
나는 잠시 시선을 피 한 뒤 대답했다.
“그냥... 친한 사람이었어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걸로 충분했다. 더 묻지도, 더 말하지도 않았다.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내가 왜 이 모든 걸 대신하고 있는지도, 그가 왜 이 일을 나에게 맡긴 건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단순한 부탁이었을 수도 있고, 그저 나를 위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초저녁의 바람은 적당히 서늘하고, 지금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엔 조금 아쉬운 날씨다.
하루가 길어 친구를 만나기엔 지쳤고, 피곤한 얼굴로 누군가를 마주하기도 꺼려졌다.
나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 들고,
그 앞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그와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