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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자살(人格自殺)

서장

by 추설

나는 ‘페르소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마치 내 운명을 미리 예고하는 암호처럼 들렸다.

사회가 요구하는 얼굴, 타인의 시선에 내맡긴 가면.

사람들은 나를 두고 속과 겉이 같다고 안심했지만, 정작 나만큼 속과 겉이 다른 인간은 없었다.

그들이 진실이라 믿었던 내 태도조차,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허위였으니까.

페르소나. 발음은 이상하리만치 고급스럽다.

그러나 그 울림 속에는, 인격이 조용히 파괴되는 비명이 숨어 있다.

나는 그저 조금 더 우아해 보이려 애썼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내 안의 인격은 낡은 옷처럼 찢겨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세월은, 결국 내 인격이 서서히 자살해온 기록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더 이상 굶주림 때문에 죽이지 않는다.

살인을 정당화하던 생존의 이유는 이미 사라졌다.

이제 인간은 서로의 인격을 갉아먹으며 살아간다.

욕망을 위해, 체면을 위해, 조금의 이익을 위해.

나는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가장 잔혹하게 죽여온 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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