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그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을 건넸다.
“연락처요…?
연락처는 있는데, 메신저 같은 건 따로 안 해요.”
“나 참… 이제는 당황스럽지도 않네요.
혹시 그쪽 원시인인가요?
무슨 프리랜서라는 사람이 메신저도 안 써요?”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그냥… 전화나 메시지, 이런 걸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럼 번호라도 알려줘요.
메시지라도 보내게.”
“그거야 어렵지는 않죠.”
나와 그는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그는 정말로 메신저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는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다음 주에 일이 바빠서 못 쓰고 남겨뒀던 여름 휴가를 이제서야 쓰게 됐다는 걸.
휴가 타이밍도 맞지 않아 만날 사람도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나는 약간의 기대를 담아
그에게 자연스레 물어봤다.
“근데 그쪽… 다음 주에 뭐 해요?”
“안 합니다.”
“네?”
“안 한다니까요?
아무것도.
일도 당분간은 없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할 건데요. 뭘 하기도 싫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
“그럼… 저랑 시간 보내는 건 어때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약간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네? 그 말은… 오늘 같은 날처럼, 또 보자는 건가요?”
괜히 기가 죽어 목소리가 작아졌다.
“네… 그냥.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술도 마시고… 그런 거요.”
“며칠이나 쉬는데요?”
“수요일부터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표정이 천천히 바뀌더니,
얼굴빛이 서서히 창백해졌다.
감정이 가라앉은 얼굴.
마치 처음 만났을 때,
그 무표정 그대로였다.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도 싫은 걸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눌렀다.
취기 때문인지 가슴이 묵직해졌고,
이상하게도 눈물이 날 것 같아 애써 마음에도 없던 말을 꺼냈다.
“같이 안 보내고 싶으면 괜찮아요.
무리한 부탁이었을지도 모르니까…”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요, 뭐. 같이 보내요.”
예상 밖의 대답에 오히려 내가 멍해졌다.
“…정말요?”
“네. 오랜만에 가고 싶은 데가 있어요. 괜찮으면, 같이 가요.”
“네?”
“친구라면요. 그쪽이 말한 대로라면, 여행도 가고, 시간도 같이 보내고…
그런 거 하는 거 아닌가요? 뭐, 저는친구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요.”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이요? 저랑요?”
“네. 싫으면 안 가도 되고요. 사실 여행 느낌도 아니긴 한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숨이 차도록 대답했다.
“가요! 가요! 꼭 가요! 너무 좋아요!”
내가 들뜬 목소리로 외치자
그는 잠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조용히 말했다.
“네, 가요. 근데 말했잖아요. 여행처럼 신나고 그런 건 못 해요.
누군가랑 어디 떠나본 적이 없어서… 좀 서툴 거예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신나요! 그보다… 어디 가는데요?”
그는 짧게 대답했다.
“모지코.”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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