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다. 한 달 전부터 예매를 해놓은 콘서트가 있는 날이다. 일찌감치 "오늘은 엄마 공연 보러 가니까 아빠랑 저녁 알아서 먹어~~"라고 말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갔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공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팬카페에 가입은 했지만 잘 활동을 안 해서 아는 사람이 없고 덕메이트도 없는 터라 혼자 공연을 보러 갔다. 사실 혼자서 공연을 보러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 혼자 보러 갈 땐 괜히 뻘쭘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인기 있는 것들은 가격도 비싸서 같이 보러 가자고 하기 부담되고 무엇보다 좋은 자리에 예매하기가 너무 힘들다. 피켓팅이라고도 할 정도이니. 그렇지만 한자리 정도라면 열심히 몇 번 들락날락하다 보면 취소표를 얻을 수 있다.
혼자 왔을 때의 단점은 기다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공연장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연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동지애 비슷한 것이 생긴다.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이라는 소속감으로 처음 보는 사람과 내적 친밀감까지 생긴다. 실제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중간 쉬는 시간에 초콜릿을 나눠준다든지 굿즈를 나눠주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시간이 남았길래 공연장 한쪽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레 콘서트에 온 사람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옷을 맞춰 입고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반갑게 손인사하며 왁자지껄한 그룹도 있었고
또 다른 그룹은 굿즈 나눔도 하고 교환을 하기도 했다. 내 나이도 어린 나이가 아니지만 나보다 10살, 아니 그 이상 많아 보이는 이들도 꽤 있었다.
크로스오버그룹의 멤버의 콘서트이긴 해도 락공연인데 괜찮으신가? 싶었지만 굿즈로 무장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응원봉만 달랑 들고 어색하게 있는 내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분들은 이미 n연차 공연직관을 하셨던 것이 틀림없다. 공연 중간에 헤드뱅잉이나(락공연이니까) 일어나서 뛰어! 할 때 어쩌다 옆을 보니 뽀글 파마의 나이 지긋한 분도 신나서 손뼉 치며 누구보다 열광하고 계셨다. 그 모습에 나는 작은 안도를 하며 괜한 오지랖 부린 마음을 환호로 날려버렸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콘서트나 뮤지컬, 미술관 전시 등 문화생활을 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자신의 취향과 맞는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당당하게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즐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나도 나이가 더 들어서도 주변의식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은 데 '내 나이에 무슨..' '혼자 어떻게 가' 하고 망설일 필요는 없다. 혹은 비싼 돈 주고 와서 기죽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혼자여도 괜찮다. 나이가 많으면 뭐 어때! 내 나름대로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면 되는 거지.
공연하는 사람도 멋있었지만 그 공연을 신나게 즐기는 사람들도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리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오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 가득 행복함을 느꼈다.
들뜬 마음을 함께 나눌 이는 없었지만 데리러 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여운을 만끽했다.
다음엔 무슨 공연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