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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즐기는 방법

더울 땐 도서관이 최고!

by 반짝이는 엘리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이라도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남편이 바빠져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무더운 여름을 어찌 보내야 할까.


여름은 응당 파란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고 수영장의 슬라이드를 반복으로 타다 컵라면을 먹는 것이 최고의 시간인데 올여름은 아무래도 에어컨 바람아래에서 보내게 생겼다.


아이는 어디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동네 물놀이터와 바닥 분수에서 놀고 축구하며 뛰어다니느라 마치 한 달 내내 놀러 갔다 온 듯 얼굴이 새까매졌다. 선크림 좀 바르라니까 싫다며 요리조리 피해 다닌 결과이다.


도서관에서 상호대차 알림이 왔다. 밖을 보아하니 햇빛이 쨍쨍이라 나가기가 겁난다. 모자를 쓰고 양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땅에서부터 후끈한 공기가 훅 올라왔다. 걸음이 빨라진다. 빨리 갔다 와야지. 에휴 내가 뭐 하려고 책을 또 신청했나 집에 있는 거나 읽을 걸. 뜨거운 햇빛이 닿을세라 몸을 구겨가며 작은 양산 안으로 넣어본다.

연일 폭염주의 경보가 울리더니 숨이 턱 막히고 10분도 안되는 거리가 유독 멀게만 느껴진다.


도서관 문을 열자 에어컨의 냉기가 화악 다가오자 화색이 돌았다. 와아! 살 것 같다. 에어컨이 최고다. 도서관이 이렇게나 좋다. 바다는 무슨! 에어컨 만세!

더운데 가방까지 무거우면 더 힘들까 봐 예약한 책 말고 다른 책은 안 빌리려고 했는데 시원한 곳에 오니 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어느새 책장을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이 책 저 책을 책을 펼쳤다. 추리소설을 볼까?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있는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시원한 곳에서 있다 보니 다시 나가기가 싫다. 하지만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 방학이지만 시간이 없는 건 매한가지이다.

잠깐만 나갔다 와도 진이 빠진다. 더운 날 화장까지 하면 더 더워서 선크림만 두 겹으로 바르고 나갔는데 땀으로 다 지워진 듯하다. 당이 떨어진 핑계로 달달한 빵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마셨다. 그래도 가시지 않은 열기에 냉장고에서 잘라놓은 수박을 꺼내 먹으며 이것 또한 여름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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