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은 그랬다. 환한 햇빛이 거실 안까지 쑥 들어왔다. 집에서 바라보면 초록잎들이 햇빛에 반짝거렸고 파란하늘에 몽글몽글한 하얀구름이 감탄을 자아냈다. 약속도, 가야할 곳도 없었지만 집에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햇빛이 날 부르니 어디라도 나갈 수 밖에.
햇빛을 따라 나간 공원에는 집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더 강렬한 햇빛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보기보다 뜨거운 햇빛에 놀랐다. 이렇게 햇빛이 내리쬐는 날엔 그늘이 최고다. 그늘에 있으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였다. 공원 그늘엔 이미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무 그늘 밑에는 캠핑의자를 펴놓고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이 있었고 그늘진 벤치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저 맘이 들떠 나온 내게 나무 그늘은 작은 쉼을 주었다. 읽으려던 책도 덮고 초록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스해 눈을 감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가벼운 봄바람만이 살랑살랑 느껴졌다.
늘 무언가에 쫒기듯,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듯 잠깐의 틈에도 재깍 열고야 마는 핸드폰 속 세상. 광고와 쇼핑,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들에 이끌려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tv,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쿠팡플레이 여러 ott들을 구독하여 볼 것들로 넘쳐난다. 심심할 틈이 없다. 내 눈과 귀와 정신을 조용하게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때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간. 장은 뭘보지? 빨래할때가 되었는데 같은 시시한 생각들도 멈추고 그저 나무가 주는 그늘의 다정함을, 그 싱그러움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눈을 감았던 시간은 짧은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통해 감정의 이완을 느끼고 소란스런 마음이 차분해졌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힐링을 찾는 시간. 그런게 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