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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해법이 노인 집단 자살?

[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 책들 ]


[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 책들 ]


 한국이 사랑하고, 또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 소설가를 꼽는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는 이 마음을 자신의 입으로 분명히 말했다. 그의 방한은 이미 몇 차례 있어왔고, 가장 최근에 방문했을 때엔 Jtbc 뉴스룸에 출현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거의 모든 소설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든 (인물이든, 배경이든) 출현하고 있으며, 인류의 과학 발전에 앞장서는 훌륭한 나라로 등장한다. 그가 이렇게도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의 소설의 주메뉴가 'SF 소재'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한국엔 수많은 베르베르의 팬들이 있고, 나도 그중의 하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그와 첫인사를 나눈 [ 타나타노스 ]를 읽은 후 [ 천사들의 제국 ], [ 신 ], [ 뇌 ], [ 빠삐용 ] 그리고 가장 최신작인 [ 제3인류 ]까지 나는 빠짐없이 읽었고, 심지어 [ 제3인류 ]는 1편에서 6편까지 전권을 구매해 집에 모셔 두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 작가에게 매혹되는 까닭은 역시 작가의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그의 모든 소설의 시작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선다면?','우리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면?' 등의 누구나 상상해 보지만, 잡생각으로 치부하며 얼른 눈을 돌릴 질문들 말이다. 


 베르베르는 이 질문에 대해 결코 어렵지 않게, 또 긴박감 넘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주제 자체가 사람들이 쉽게 호기심을 느끼는 종류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깔끔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역시 읽을 때의 큰 재미 중 하나이다.

 [ 나무 ]는 이러한 베르베르의 상상력 넘치는 단편 모음이다. 만약 피부가 투명해진다면 / 인류가 수를 20까지 밖에 세지 못한다면 / 지구가 모두 자신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기계밖에 없다면 등의 질문을 이 책에서 베르베르는 거침없이 풀어나간다. 


 거기다 SF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과학적 지식'을, 작가는 필요한 부분에만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독자는 소설과 하나가 된 지식들을 접하며, 이들이 두꺼운 교과서에 이미 실려 있다는 사실은 새카맣게 잊어버린다. 혹여 약간은 오버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질문을 베르베르가 우리에게 던졌더라도, 이러한 정보들은 어느새 이야기에 스며들어가 소설의 자연스러움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해준다.

 그렇다고 [ 나무 ]의 이야기가 단순히 흥미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읽어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그 이야기들에게는 각자의 '메시지'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황혼의 반란'이라는 단편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젊은 세대의 자원을 독차지하는 세상에서,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늙은 부모'를 살해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자식들은 이러한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세상 속에서, 노인들을 잡아가는 정부를 피해 '프레드'라는 할아버지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길을 택한다. 

 그는 '흰 여우들'이라는 노인 조직을 만들어 정부와, 세상과 싸워 나간다. 지독한 사투 끝에 결국 프레드는 체포되고 조직은 와해되지만, 그는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처형하려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게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현대의 노인 증가율은 젊은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며, 세대 전쟁은 이제 코앞에 닥쳐 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부모를 살해하는 데 죄책감이 없을 리 없겠지만, 베르베르는 이러한 극단적인 가정을 통하여 어서 '노인과 청년 세대의 조화'를 위한 준비를 해낼 것을 세계에, 또 시대에 요구하고 있었다. 


 소설이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을 통해, 그는 우리의 무의식에 '반드시 해야만 했었던 질문'을 있는 힘껏 던진 것이다. 결국 부모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노인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도 언젠가, 반드시 - 노인이 될 테니까. [ 나무 ]는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며 독자의 상상력 또한 함께 성장시켜 나간다.

 모든 역사에서 진보는 '만약'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베르베르는 다양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지며, 이러한 '개인의 호기심들이 결국 세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라는 점을 독자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상상력이 넘실대는 '여행'이다. 만약 누군가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고 싶다고 한다면, 만약 누군가 휴식 때 손에서 놓칠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 나무 ]를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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