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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처럼, 손석희처럼 말하기

[ 어떻게 말할 것인가, 카민 갤로, RHK ]


[ 어떻게 말할 것인가, 카민 갤로, RHK ]


말하는 대로.


 '뉴스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가.' 손석희 아나운서의 '앵커 브리핑'에 대한 어느 시청자의 평가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함으로써, 현재 JTBC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약 5분 동안 그날의 뉴스들에 느낀 바를 말하는 시간이 바로 앵커 브리핑이다. 

 이 짧은 찰나에 그는 뉴스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이 아닌, 가슴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것은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그의 '호소력' 덕분이다.


 말 한마디, 한 마디를 놓치고 싶지 않게 하는 문장력, 적재적소의 시각 자료와 섬세한 몸짓들까지……. 매 순간 그의 입은 우리의 입을 탄성으로 벌어지게 한다. 그렇다면 이런 탁월한 능력은 애초부터 그가 지니고 있던 것일까?

 손석희 앵커와 같이 단 몇 마디로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입담꾼'들의 비밀이 바로 이 책에 담겼다. 저자인 '카민 갤로'는 세계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정상급의 CEO, 정치인 등의 연설을 지도해왔다. 그런 그가 최고의 강연 프로인 'TED'를 분석해 어떻게 말해야 대중을 감동시키는지 알아낸 것이 바로 [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다.


  TED에는 소위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강연을 하는데, 이 중에는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와 같이 전 세계적인 인물들도 있다. 카민 갤로는 이런 명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 분석하고, 이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열정'과 '이야기', 그리고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열정을 말하자면 저자는 명연설가라고 평가받는 강연자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그들이 언제나 일과 격렬한 '사랑'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뎌진 중년의 사랑이 아닌, 가슴 설레는 첫사랑의 그것이었다.


 이는 연설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서 그들은 연설 전 긴장보다 설렘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열정'은 그들을 각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었고, 삶을 행복하게 꾸려주었으며 듣는 청중에게마저 그 열정을 감염시켰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챈 저자는 만약 연설을 듣는 이들에게 나와 같은 열정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어떤 가식도 섞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뛰어난 기교도 이 진실한 감정 앞에선 빛을 발하지 못하고, 이것이 있어야만 청중과 당신 사이의 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야기'다. 먼저 우리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당신이 하고자 하는 말들은 듣는 이들에게 별 흥미도, 관심도 없는 것이다. 

 둘째, 그들은 언제든지 당신의 발표가 지루하다면 중간에 코를 골며 잘 수도, 핸드폰을 뒤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반응들은 당신을 당황시켜 발표는 더욱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입담꾼들은 연설이 아닌, '수다'를 떨러 무대에 오른다. 절대 딱딱한 통계나 그래프만을 청중에게 던져놓지 않는다. 자신이 요 며칠 사이 겪은 재미있는 일들, 혹은 친구나 가족의 경험 같은 이야기들이 이들 발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 어떻게 주제를 전달한단 말인가? 여기에 그들이 명연설가인 이유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샌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발표의 '주제'로 자연스레 향하기 때문이다. 

 청중은 옆집 꼬마와 연설자가 나눈 이야기가 어느새 '교육체계의 불합리성'을, 또 의사와 나눈 한낱 농담이 순식간에 '자신감의 기원과 궁핍'이란 심리학적 논제로 바뀌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처럼 그들은 일방적인 연설이 아닌, 먼저 청중과 공감을 이루려 애쓴다. 


 그리고 이때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이야기'를 사용한다. 이야기에 빠져든 청중은 연설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욱 친숙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일 당신이 딱딱한 연설이 아닌 수다를 떨기 위해 나왔다는 것을 청중이 안다면, 그들은 당신을 더욱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마지막 전략은 끝없는 '노력'이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해야 노력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연습할 때엔 녹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산만한 짓을 적어놓을 것, 주제는 3가지로 압축해 담아놓을 것, PPT는 글자가 아닌 이미지 위주로만 채워놓을 것 등 당장 내일 발표에도 유용할 조언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내가 [ 어떻게 말할 것인가 ]를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결코 뻔한 소리만 늘어놓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모든 주장엔 구체적인 방법들이 적혀있었고, 이는 실제 연설 사례와 함께 증명된다. 독자가 헛된 노력을 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쉬운 길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었다.


 나를 모르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을 수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떨리는 일이다. 그러나 '이 한 가지만은 그들이 기억해 주었으면'하는 바람이 너무나도 간절한 누군가는, 무대에 오르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수없이 노력하고, 이야기를 모았으며,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았다. 

 아마도 손석희 아나운서의 앵커 브리핑 역시 이와 같은 고뇌의 시간 끝에 탄생했을 것이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말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당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 어떻게 말할 것인가 ]는 당신의 말문을 활짝 틔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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