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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21세기북스 ]


[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21세기북스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유명한 구절은 특히 요즘 따라 더욱 우리 귀에 자주 들려온다. 헌정 국가, 즉 헌법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 헌법 조항만큼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구절이 있을까. 

 오직 국민이 부여하는 권력만이 정당성을 갖고, 국민을 위해서만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오늘날, 광장의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권력이 마구 남용되었음을 비판하며, 지금도 촛불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기 대선주자인 '문재인'이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해답을 책으로 내놓았다.


 이 책은 정치인 문재인과 작가 문형렬이 인터뷰를 하며 나눈 말들을 엮어낸 '대담집'이다.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정치 현안들을 작가인 문형렬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서로가 나눈 대화를 온전히 옮겨놓음으로써 책을 읽는 우리는 마치 대화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인간 문재인, 정치인 문재인을 수많은 질문으로 하나하나 풀어가며, 우리는 뉴스로만 접했던 그에 대해 조금은 더 자세히 알게 된다. 그가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이유와 함께, 나는 그의 주요 정책들 중 '안보, 경제, 통합'의 세 가지 주제를 주목해서 읽어보았다.


 먼저 그가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주제인 '안보'다.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 입장을 바꾸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등의 발언으로 이미 여러 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그러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보 사항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안보의 최우선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자주국방체계 완비 등을 통해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자체의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장 큰 위협인 북핵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대화를 노력하되, 최악의 경우 우리만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은 현대전에 맞는 기술력의 발전, 해군·공군력의 강화, 방산비리의 근절 등을 주장한다.


 두 번째는 국민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주제인 '경제'이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고, 소위 금수저론까지 나오는 현실은 우리에게 씁쓸한 웃음만을 안겨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그는 '불평등'으로 지목한다. 기득권층의 견고한 왕국 그리고 그것에 들어가야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회구조가, 들어가지 못 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굶주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우선 그 왕국의 '담'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4대 재벌의 규제와 개혁을 통해 중소기업도 당당히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의 수를 늘려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줄이며 도전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원해 줄 때, 더 이상 가난을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지막은 국가가 거리낌 없이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 즉 '통합'이다.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태극기와 촛불의 갈등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분열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자신이 어디에 속하든 아니면 아무 데도 속하지 않든,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란 국가의 수장에게는, 그 모두를 감싸 안아야만 하는 의무가 존재한다. 

 그는 이를 위해 정치권의 '편가르기'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방식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가, 지금의 갈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없애기 위해 '대화와 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에게 먼저 의견을 구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마저 포용하는 정책이야말로 갈등의 실마리가 가장 적은 소위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일원이었던 그에게 국민 통합과 지역갈등 해소는 오랜 시간 가슴에 품어온 소망이었다.

 이 외에도 문재인은 이 책에서 각 분야, 즉  교육, 복지, 외교 등의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책과 그의 주장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왜곡 역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차별화를 '실패의 경험'에서 찾는다. 



 유일한 '대선 재수생'으로서 그는 자신만큼 정책에 대한 고민과 검증을 오래 한 후보는 없을 거라 말한다. 또한 지금 국민들이 아파하는 원인을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 한 책임에서 찾으며,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재수 전문가'라고 칭한 문재인이 이번 대선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고, 이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현재로선 그가 객관적으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나라, 내가 살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그의 비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비판과 표현'만이 진정 많은 이들이 원하는 나라를 이뤄낼 수 있다. 

 헌법에서 드러나듯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권자'다. 그렇다면 그 권리를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알고, 평가하고, 선택해야 할 책임일 것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그 주권은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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