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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새끼, 출연 가능할까요?

[ 황금방울새, 도나 타트, 은행나무 ]


[ 황금방울새, 도나 타트, 은행나무 ]


 바로 얼마 전, 한국 문학의 위상을 한 계단 끌어올린 경사가 있었다. 바로 작가 한강의 [ 채식주의자 ]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Man Booker Prize)'을 수상한 것이다. 

 맨부커상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한 마디로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소설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심지어 이 상은 영국에서 출판된 책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 채식주의자 ]가 영어로 번역된 상태로 수상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번역가라 해도 그 나라의 국민만이 느낄 수 있는 문학 작품의 향기는 쉽게 맡지 못한다. 그러나 [ 채식주의자 ]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 황금방울새 ]는 이러한 맨부커상과 동급인 '퓰리처상'의 수상작으로, 2014년에 그 영예를 안았다. 상이 그 책의 가치를 완벽히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셈이다.

 [ 황금방울새 ]의 주인공 '시오'의 일생을 그려나감으로써 소설은 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시오는 학교에서 사고를 쳐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가던 중, 미술을 좋아하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찾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미술관에서의 폭탄 테러로 인해 시오는 어머니를 잃고 만다. 알코올과 도박 중독자였던 아버지를 시오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는 순식간에 고아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시오에게서 작가는 어머니를 뺏고, 한 장의 '그림'과 반지를 준다. 그 그림은 화가 카렐 파브렐티우스가 그린, 거대한 자유를 조그마한 쇠사슬에 묶여버린 '황금방울새'였다. 사경을 헤매던 노인 '웰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시오는 그림을 품에 숨기고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황금방울새와 함께 시오는 그 황량한 삶을 이어 나간다. 


 친구 '보리스'를 만나 인생의 자기 파괴적인 유흥이란 유흥은 다 접하고, 친구 앤디네 집, 아버지의 집, 시오를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한 호버 아저씨의 집까지 시오는 떠돌이 삶을 살아나간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들을 겪으며 시오는 어느새 '황금방울새'를 지키고, 이 그림을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믿었던 친구 보리스의 배신으로 황금방울새는 갱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시오는 이를 지키기 위하여 '어떤 짓'도 꺼리지 않는다.


 먼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이 책이 쓰인 계기가 실제 존재하고 있는 17세기에 그려진 그림인 '황금방울새'라는 것이다. 그림을 소설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의 대표적인 예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 진주 귀걸이 소녀 ]일 것이다. 이 작품 역시 실제 그림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 황금방울새 ]는 그림을 객체로 드러내 그림 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 진주 귀걸이 소녀 ]는 실제 그림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그림 속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 황금방울새 ]는 그림으로 인해 한 소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 속에서 그림은 유일하게 시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기둥으로써든, 혹은 모든 불운의 원인이 됨으로써든 주인공의 성장에 끊임없는 영향력을 끼친다. 


 이 소설의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시오의 마음이 계속해서 극과 극을 달림에도,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전혀 부족함 없이 훌륭하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의 섬세한 배경 묘사와 인물들의 대화는 이것들이 과연 시오에게 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를 독자에게 계속해서 생각하게끔 만든다. 

 또한 내가 이 책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추측하는 것은 배경과 인물, 어느 것도 빠질 수 없는 이 두 요소를 너무나도 조화롭게 풀어나간 '작가의 필력'에 있다. 시오의 일대기를 통하여 우리는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고뇌하고, 아파하고, 동시에 성장한다. 이런 점에서 [ 황금방울새 ]는 독자와 주인공이 함께 성장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묘사의 극대화를 이뤄내기 위하여 발생한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스토리가 조금 늘어졌으며 동시에 엄청난 양의 페이지들이 소설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누었음에도 각각 600페이지에 달하는, 총 1200페이지의 장편 소설이다.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조금은 꺼려 할 류의 소설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만 표현 가능한 인간의 '마음의 탑'을 이해하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것 역시 [ 황금방울새 ]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시오의 심리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마음의 모습을 지닐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시오에게 일어나는 상황들은 독서에 가속도를 붙여주기 때문에, 읽다 보면 어느새 '벌써 이것밖에 안 남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모든 아이들은 어서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어른들은 자신이 아직도 '몸만 커진 아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모순에 괴로워한다. 바로 그런 이들에게 이 책 [ 황금방울새 ]는 자신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나가자고, 다 괜찮을 것이라고 황금빛 날개를 내민다. 아직도 아이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위하여, 오늘은 다시 한번 이 책을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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