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영우와 방구뽕, 어린이는 놀아야 한다

[ 풀꽃도 꽃이다, 조정래, 해냄출판사 ]

    


[ 풀꽃도 꽃이다, 조정래, 해냄출판사 ]


 아이들이 죽어간다. 저 멀리 아프리카의 기아들이나, 중동의 전쟁고아들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곁의, 대한민국의 아이들 얘기다. 

 대한민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인구 10만 명당 30명이 넘는 숫자가 죽어가고 있다. 즉 하루에 한 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너무도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 카페의 운영자가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대체 왜 아이들은 피지도 않은 꽃망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일까.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한다면 그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경제 등 어려운 얘기는 일단 제쳐두고, 우리 주변에서 먼저 한 번 그 변화를 찾아보자. 당신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 주변에서, 10년 전과 변한 점은 무엇인가? 나에게 가장 와닿는 답변은 '놀이터가 사라졌다'라는 것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중심에 위치하며 주민들의 모임 장소가 되고는 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뛰놀며 한껏 웃고, 엄마들은 벤치에 앉아 서로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웃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를 찾아가 새로운 놀이 기구의 재미에 흠뻑 빠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아파트 건축사들은 더 이상 놀이터를 짓지 않는다. 짓는다 해도 모래조차 없는, 미끄럼틀 하나 덜렁 갖다 놓고 놀이터라 부를 뿐이다. 이런 놀이터의 '멸종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아이들이 더 이상 놀이터를 가 뛰노는 '사치스러운 짓'을 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태아 상태일 때부터 시작된다. 임산부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수학의 정석을 풀고, 영어 회화를 연습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런 웃지 못할 사태는 아이가 커가며 겪는 엄청난 학원, 과외로 이어진다. 영어 유치원에서 시작해 수십 개에 달하는 학원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외까지 우리나라 아이들의 정체성은 따뜻한 가정이 아닌, 학원 속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놀이터를 가기는커녕, 학원에 가는 이동 시간마저 아끼려는 부모의 극성에 의해 아이들은 쉬는 시간조차 없는 상태다. 목적이 없는 공부, 즐거움이 없는 공부는 결국 청소년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끔찍한 명성까지 얻게 했다. 

 '조정래' 작가는 이러한 사회는 비정상적이라고 외친다. 생명이 태어나 행복을 겪지 못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사회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신작 [ 풀꽃도 꽃이다 ]는 자라나는 아이들, 즉 모든 풀꽃들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러주는 책이다.


  [ 풀꽃도 꽃이다 ]의 아이들은 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하나씩, 솔직하게 지니고 있다. 학교 폭력, 무한 경쟁, 부모 자식 간의 갈등, 진로 문제까지 그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문제들을 아이들은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인 '강교민'은 이러한 아이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한다.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자살을 꿈꾸는 친구 아들을 상담해 주고, 생활고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아이의 아르바이트비를 대신 받아주기도 한다. 이 과정 속에서 강교민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학교의 폐해가 어른들의 사회 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이 경쟁이 아닌 협동에서 발생하는 행복을,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성취감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일그러진 부모의 사랑과, 굳어버린 교육계의 관습은 오히려 강교민을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려 하는 자로 몰아세울 뿐이다. 과연 진정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한 선택은 무엇일까?

 조정래 작가는 [ 태백산맥 ], [ 아리랑 ] 등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듯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문학이라는 형태에 녹여 보여준다. 그리고 [ 풀꽃도 꽃이다 ]는 우리나라 교육계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을 자비 없이 드러낸다. 석차 공개를 통해 아이들 간 계급을 나눠주며 모두를 경쟁자로 가르치고, 대학이라는 문에 들어가기 위해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불평 없이 참으라고 강요한다. 


 좋은 미래의 직업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은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집 아이들이 하고 있다'라는 너무나 불합리한 변명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들은 더없이 현실적이라 비극적이고, 그래서 더욱 강렬한 충격을 안겨 준다. 우리가 모두 강교민처럼 교사의 입장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이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이들은 나처럼 [ 풀꽃도 꽃이다 ]에 귀여움과 어색함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연세가 이미 70대이다 보니 그 스스로 조사한 학교의 학생들은 어딘가 급식보다는 양철 도시락을, 다양하고 세련된 교복보다는 주름치마가 발 위까지 내려오는 우리 부모 세대 학생의 느낌이다. 

 그만큼 현대의 학생들과는 조금 괴리가 있지만, 늙은 작가가 뜻 모르는 신조어를 찾아보며 괴로워하는 상상은 나름 이 책만의 '귀여움'을 뽐내게 한다. 또 다양한 아이들의 군상이 나오는 만큼, 모든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투영하며 볼 수 있어 오랜만에 '자신이 풀꽃이던 때'의 추억에 잠기게 한다. 


 우리는 모두 풀꽃이었고, 풀꽃이고, 풀꽃이 된다. 그리고 어떤 풀꽃도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낼 권리가 있다. 

 세상을 수놓을 어린 풀꽃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우리는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살도, 지친 몸을 누일 흙도, 꿈을 전해다 줄 바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미래를 꿈꾸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풀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한 번 기울여보자.

이전 01화 소변기에는 왜 파리가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