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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기업을 고발합니다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 ​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 


장점마을의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18년 동안 마을 주민 3분의 1이 암에 걸렸다.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바로 요즘 계속 화제에 오르고 있는 '익산 장점마을'에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2001년 마을 옆에 설립된 '금강농산' 공장에서 비료의 재료로 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가 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금강농산은 이 오염물질을 정화하지도 않은 채 마을의 하천과 대기에 무차별로 살포했다. 았던 강은 검게 변해 악취가 났고, 물고기와 새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주민들은 환경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했지만 허술한 조사와 행정적 무책임은 결국 마을 주민들의 집단적인 암 발병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한 이들 때문에 일어난 끔찍한 비극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레이첼 카슨의 [ 침묵의 봄 ]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장점마을의 사례는 폐기물 때문에 일어난 문제였고, [ 침묵의 봄 ]에서는 '살충제' 때문에 일어난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둘 다 공통적으로 '인간이 환경을 소홀히 한다면 그 비극은 모두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라는 진실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 침묵의 봄 ]은 레이첼 카슨이 약 60년 전, 1962년 발매한 고전이다. 그녀는 갖가지 시련을 겪으며 간신히 이 책을 발간했다. 첫째로 그녀는 여성이 박해받던 시절의 여자 지식인이었고, 이는 그녀의 연구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려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또 환경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 침묵의 봄 ]이 '아마추어의 서툰 글' 정도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은 그 시대에도 있었다. 결국 [ 침묵의 봄 ]은 케네디 대통령이 '지구의 날'을 제정하게 하고, 사회 전반에 살충제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키는 등 미국과 전 세계에 살충제 사용을 본격적으로 자제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살충제의 무분별한 살포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DDT, 알드린, 디엘드린 등 지금은 대중에게도 알려진 맹독성 살충제들이 1960년대만 해도 비행기를 통해 공중에 뿌려지고, 일반 가정에서조차 아무 주의 없이 다뤄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행위가 얼마나 환경과 인간에게 '유해'한지를 깨우쳐주었다.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새인 '울새'가 살충제를 뿌린 지역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발견되는 울새들도 알을 낳지 못하거나, 경련하며 죽거나 알을 낳아도 부화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극들을 카슨은 안타까움을 섞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린다. 그리고 묻는다. 살충제를 대신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그 해법으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인위적인 요소 없이 '자연을 이용해 자연을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살충제나 화학 약품은 너무 독해 목표한 해충만을 없애지 않는다. 그 지역 일대의 모든 생명체에 악영향을 끼치며, 이는 결국 쌓이고 쌓여 인간에게 흡수된다. 


 그렇기에 이를 막기 위해 해충의 천적을 이용하거나,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의 순환을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목표한 해충 종만을 박멸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안으로 입증되었다고 카슨은 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제일 중요한 점으로 이것이 제일 '경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화학 약품은 개발하는 데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요구되고 제조하는데도 끝없는 돈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적인 개입은 아주 저렴하며 또 부작용도 적다. 그렇기에 '침묵의 봄'을 막기 위해서 그녀는, 인간 역시 자연 속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동시에,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도 새삼 느꼈다. 무한 개발주의가 판치는 이 사회에 우리는 자연을 그 어느 시대보다 홀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브라질의 아마존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난 범위의 벌목이 이뤄지며, 옆 나라 중국에서는 지금도 공장들이 끝없이 매연을 뿜어내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등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침묵의 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살충제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차원에서 환경을 아끼기 위해서 말이다. 고리타분할 소리인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라는 등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전에 일단 '제대로 알자'라고 외치고 싶다.

 [ 침묵의 봄 ]이 세계를 바꾼 명작이 된 것은 사람들에게 실천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인지, 또렷하게 '알려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행동'이전에 '앎'을 먼저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갈수록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 속에서, 다시는 '장점마을'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 침묵의 봄 ]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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