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할 줄 알았다.

조급해지지 말자

by Bullee

퇴사를 하면 뭐든지 할 줄 알았다.

그동안 회사 핑계를 대며 못 했던 취미들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줄 알았다.

하지만 10일 동안 고작 그동안 못 만났던 지인들만 만나고 다녔다.

서랍장에 잠들어 있던 아이패드와 펜슬을 꺼내 들었지만, 침대 옆 협탁 위에 충전기만 꽂힌 채 잠들고 있다.

사진기는 꺼내 보지도 않고 고작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정도이다.

회사 다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며 오히려 주변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먼저 프리랜서의 세계로 뛰어든 후배 아니 엄밀히 말하면 퇴사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7살짜리 아이에게 10가지의 장난감을 주고 놀라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시간도 많아서 머리가 백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다른 이유를 찾았다.

17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에겐 사업이란 게 있었다.

일정한 예산과 목표가 있어 그에 따라 방향을 잡고 성과를 내고 뭐니 해도 마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나서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업이 빠져나갔다.

사업을 삶으로 바꾸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동안은 마치 항해 중에 레이다가 고장 난 것처럼 표류할 것 같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게임도 해보고 맛집도 다니고 이제 글도 써보지만

아직은 전환의 시기인 것 같다.

퇴사 인사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조급해지지 말라"였다.

머릿속에 새겨 놨지만 아직은 조급한 것 같다.

과연 조급해지지 않고 조금씩 사업을 삶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오늘도 주문처럼 외워본다.

"조급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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