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기로 마음먹은 뒤 가장 먼저 한 건 여행 계획을 짜는 거였다. 대륙별로 한두 나라를 정해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퇴사하고 계획했던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계획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제일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퇴사 후 둘 다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2년 치 생활비와 여행경비 등을 미리 예산을 책정해 놨다. 하지만 비행기 값이 떨어질 기미가 없었고, 환율마저 높아지니 우리가 가고 싶었던 일정대로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약해 높은 것만 가고 나머지는 백지화하고 다시 여행지를 선택했다. 원래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가장 나의 발목을 잡은 건 바로 ‘과연 다음에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장기간 여행이 어려워 멀리 갈 수가 없는데 다음에 기회가 생길지 모를 불확실성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강행한다면 나의 퇴사 생활도 그만큼 단축될 걸 알았기에 일단 현재 상황에서 사장 적절한 방향으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단독 주택의 삶도 내 예상대로 흘러 가진 않았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마당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걸 상상했지만 현실은 잡초와의 씨름이었다. 특히나 일주일 이상 여행을 다녀올라 치면 여행의 여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잡초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했다. 텃밭도 마찬가지이다. 잡초와의 전쟁은 당연한 거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 꼭 텃밭에 탈이 생겼다. 말라죽거나 바람에 쓰러져 죽거나 혹은 병충해에 죽어 나갔다. 단독주택은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의 일거리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게으른 나에게 잡초와 텃밭은 직장생활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런 나를 보는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습이 안배어서 그런다고 하셨다. 아파트에 살면서 회사 생활만 하던 나에게는 당연히 낯선 하루라고 말이다.
텃밭 작물도 예상대로 자라진 않았다. 물론 텃밭 초보인 우리가 모두 다 잘 키울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많은 걸 키워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그래서 욕심을 부려 키우고 싶은 대로 다 심었다. 하지만 욕심부린 결과의 끝은 망함이었다. 물론 잘 자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욕심부려 촘촘히 심은 덕분에 제대로 수확도 못하고 버린 게 더 많았다.
퇴사 후 하루는 대부분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고 있다. 처음에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지금은 현실을 인정하면서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포기할 건 포기하는 법과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물론 아직도 퇴사 후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욕심을 다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줄여나가고는 있다. 퇴사 후 하루는 나에게 쉼과 여유를 충전해주고 있지만,